왜 이 소설을 지울 수 없는가, 혹은 지워서는 안 되는가 단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수빈 수빈 수빈 (작가: 구름사탕, 작품정보)
리뷰어: 도련, 18년 6월, 조회 244

* 작품을 읽고 와 주세요. *

수빈이 나오는 다른 작품은 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조만간 읽을 것 같네요.

 

이 이야기를 읽으며 많이 놀랐다.

브릿G는 19금 소설을 올릴 수 없다고 약관에 규정된 플랫폼이고, <수빈 수빈 수빈>에는 강도 있는 섹스 장면이 나온다.

그렇기에 짧은 단평으로나마 리뷰를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혹시 삭제될까 두려워서이다. 우리가 이 소설을 왜 지울 수 없으며, 왜 지워서는 안 되는가 말하기 위해서이다.

<수빈 수빈 수빈>에 나오는 ‘수빈은 왜 더러운가’라는 일련의 장을 보면서 성적으로 자극을 받은 분이 있을까?

진심으로 말한다. 만약 그러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로 매우 굉장히 불행한 사람일 것이다.

이 소설의 섹스 신은 사람의 욕망을 드러내기 위해서 구성되고 조직되지 않았다. <수빈 수빈 수빈>에 나오는 섹스 신은 그것이 동의 하에 이루어졌든 동의 없이 이루어졌든 고등학교 때 일어난 일이든 아니든…… 그 글을 쓰거나 읽는 사람이 자신의 성기로 손을 가져가 더듬으라고 쓰인 것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해서는 수빈의 욕망이기는 하되 결코 나나 당신이나 글쓴이의 욕망이 될 수는 없는 그러한 장면이다.

수빈은 피해자이다.

우리는 이 단어와 이 상황에서 흔히 순수하고 결백한 피해자를 떠올린다. 사람들은 피해자의 틀을 맞춰놓고 그 안에 사람을 가둔 뒤, 어긋나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그 혹은 그녀를 외면하고 돌을 던진다. 그러나 사람은 참으로 다층적인 존재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욕망이 있으며 수빈에게도 욕망이 있고 그가 무성애 스펙트럼에 속해있지 않는 한 성욕 또한 있을 것이다.

수빈은 완벽한 피해자가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 수빈은 더러울 수 있다. 그는 결백하지 못하다. 더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수빈이 네가 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으로 시작하는 온갖 잔소리를 퍼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2차 가해자의 논리가 아니던가? 과연 이런 관점이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기는 하는가?

수빈의 욕망이 드러나는 지점은 곧 수빈이 사람임을 나타내는 장면이며, 수빈이 당신이 생각하기에 완벽한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그를 하나의 존재이자 하나의 사람으로서 존중해야 함을 이야기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피해자인 수빈을 동정해야 해서 이 글을 지우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우리와 동등한 사람이기에 이 글을 지우면 안 되는 것이다.

 

 

출근하기 전에 시간을 쪼개어 쓰는 것이라 다소 장황하고 어색하다. 어쩌면 단문응원 쪽이 더 정제된 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써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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