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연쇄, 사람의 변화 단상

대상작품: 상처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도련, 18년 6월, 조회 86

+ 수정 전의 작품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지금의 <상처>와는 맞지 않을 수 있어요.

제 리뷰를 읽고, 제가 말한 지점을 고민해주신 아그책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작품을 읽고 와 주세요. *

 

<상처>는 폭력이 되물림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여자는 온몸에 멍과 상처와 가려움을 안고 산다. 그것은 여자의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여자는 왜 아이와 자신을 학대하는 것일까? 그 답은 여자의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 아버지의 신체적, 성적 학대가 여자를 엇나가게 했고 그 상흔은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그녀가 아이에게 진정으로 심각한 폭력을 휘둘렀는지는 명확히 나오지 않지만, 암시하는 바에 따르면 여자는 아이에게 자신이 받은 것보다 더한 폭력을 휘둘렀을 수도 있다.

아마 20대 초중반이라면 나는 이 작품에 열광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아마도 성장 과정에서 상당히 학대를 받았던 사람이 자신의 아이를 돌보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다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을 보며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고, 폭력이 높은 확률로 되물림된다는 생각을 버렸다.

아그책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까닭은, 작품을 읽을 때마다 작가가 진정 소수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잘 쓴다는 칭찬을 받기 위해서는 어둑어둑하고 ‘리얼한’ 현실을 그려내야 했다. 밝은 이야기나 낙관적인 이야기는 무시당했다. 그러나 이 분은 잘 쓴다는 칭찬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바라보는 현실을 그대로 그려낸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작가님의 작품을 꾸준히 좋아해 왔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이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다. 나는 이미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으며 스스로를 바꾼 사람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믿게 된 다음부터 나는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 다소 신중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그책 작가님의 역량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예전부터 그래왔듯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쓰실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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