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의 즐거움, 그러나 남는 아쉬움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밀실의 역설 (작가: 에린, 작품정보)
리뷰어: 도련, 18년 5월, 조회 97

* <밀실의 역설>의 장르는 로맨스릴러입니다. 그러나 저는 로맨스 장르를 매우 싫어하는 몸… 제대로 로맨스 장르를 평가하기는커녕 즐기기도 힘든 사람이기에 로맨스릴러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리뷰는 없습니다.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안 가립니다. 작품으로 슝슝 바로가기할 수 있는 코드를 넣는 제 노력을 무시하지 마시고 작품을 보고 와 주세요. *

 

 

이야기는 연예인인 상준이 매니저에게 ‘리얼리티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냐는 제안을 들으며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머리를 쓰는 방탈출 게임인 줄 알았던 이 프로그램은 점차 확실한 악의와 살의를 품고 그 안에 모인 모두를 위협합니다. 뛰어난 머리로 문제를 척척 해결해나가던 상준은, 점차 이 게임 속에 숨은 진상을 알게 되는데요…….

매는 먼저 맞는 것이 낫고 칭찬은 나중에 듣는 편이 좋으니까 에린 작가님에게는 죄송하게도 매를 먼저 때리겠습니다.

저는 한편으로 이 단편이 참 아까웠습니다. 이유는 별 것 없어요… 뚜렷한 장점이 있고 전 그게 마음에 들지만, 뚜렷한 단점도 있거든요.

이 이야기의 범인은 두 명입니다. 내부에 한 명, 외부에 한 명. 한 명은 좀 의외의 인물이었고 한 명은 어느 정도 예상했어요. 아마 이런 장르 좀 읽어보신 분들은 바로 눈치채실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원데이 투데이 읽었습니까, 그 정도는 알아차려야죠! 추리소설 많이 읽어서 느는 유일한 스킬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바로 구체적인 트릭과 사건 과정은 전혀 몰라도 초장에 찍어서 범인을 맞추거나, 적어도 “이 분량이면 아직 진범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어! 주인공 이 나보다 똑똑한 멍청아, 니가 족치는 그놈은 범인이 아니라고!” 이렇게 분개하며 마음으로 책장을 두드릴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제가 말하는 단점은 ‘범인을 예상할 수 있었다’ 요 부분이 아니에요. 오히려 두 범인 중 한 명이 생각보다 ‘의외의 인물’이라는 점이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범인 중 한 명을 특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별 것 아니었어요. 그 한 명이 유난히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에요.

꼼꼼히 읽어나가지 않으면 그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을 것 같을 정도로 비중이 없다가 상준이 범인을 밝히는 순간에만 갑자기 비중이 늘어나요. 처음 읽었을 때는 “작가님 등장인물 이름을 잘못 쓰셨습니다!” 이렇게 단문응원에 쓸 뻔 했어요. 계속 읽으며 제가 오독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요. 리뷰를 쓰느라 거듭 읽으면서 앞부분에 범인의 존재를 확실히 언급하고 있음을 알았고요.

저는 이 장르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무슨 추리소설 작가는 모름지기 독자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실현이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하고요. 사람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공하니까요. 그렇지만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등장인물을 묘사하는 부분을 조금만 늘리고 이 모든 살인의 계기가 된 사건을 조금만 더 확실하게 언급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랬더라면 작품이 조금 더 풍성해졌을 것 같거든요. 중단편 길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앞서 말했듯 이 작품에는 뚜렷한 장점이 있으니 등장인물의 조형과 묘사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쓰셨다면 분명히 더 빛나는 작품이 되었을 거라고 봐요.

그러면, 여기서부터는 진심이 담긴 칭찬 구간이에요.

그럼에도 제가 이 글을 재미있게 읽었던 이유는 다채로운 트릭과 이야기의 흐름 덕분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추리 소설을 어지간히 읽으면 이 세상 모든 놈을 믿을 수 없으며 심지어 그것은 화자나 탐정으로 나오는 인간조차 예외가 아닐 수 있음을 깨닫게 되기 마련이에요. 하물며 스치듯 나오는 엑스트라 같은 인간은 더더욱 믿을 수 없지요. 그러다 보면 느는 것은 다 읽지도 않았는데 범인 맞추는 스킬. 그래서 정말 재미없는 추리소설은 범인도 쉽게 맞출 수 있거니와, 범인을 맞추고 나면 긴장감이 급속도로 떨어지며 나머지 책장을 의무감으로 넘기게 되잖아요. 가끔은 내가 생각한 범인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 소설을 꾸역꾸역 읽어나가야만 하는 게 하늘이 나에게 정해주신 온당한 처사가 맞는지 개탄하게 되고요.

그런데 이 소설은 트릭이 정말 재미있어요. 전체적으로 구성의 리듬도 나쁘지 않게 짜인 편이었고요.

그래서인지 읽으면서 뻔하다거나 긴장감이 떨어진다거나 재미없으니 빨리 내가 생각한 범인이 진범 맞는지 확인하자거나… 뭐 이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이게 제가 말씀드렸던 뚜렷한 장점이에요.

어찌 보면 이런 장르의 소설에 ‘트릭이 재미있다’ ‘리듬이 좋다’ 이런 칭찬 하는 건 굉장히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트릭을 짜고 리듬을 유지하는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결말도 전 재미있었어요.적어도 제가 본 추리소설 중에는 트릭-리듬-결말이 꽤 괜찮은 축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라면 바로 저 세 가지 때문 아니겠습니까?

제가 이런 장르 소설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에는 단점을 씹어먹을 장점이 있어요.

그러니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키워나가시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었습니다.

 

+ 로맨스 측면은 사실 제가 어릴 때부터 로맨스 장르 자체를 매우 싫어했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관심이 없으면 어쩌다 보기라도 하죠. 싫어하면 여자애라고 자꾸 다른 사람이 로맨스를 던져주는데 거기서 ‘예쁜 여자가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장면만 쪽쪽 빨아마시는 못되먹은 어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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