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던 별 감상

대상작품: 존재하지 않던 별 1999[작은 상 탐] (작가: 니그라토, 작품정보)
리뷰어: Campfire, 18년 5월, 조회 50

그동안 몇 번 도전했으나 문장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번번이 몇 문단 넘기지 못하고 좌절했던 작품인데, 계속 신경 쓰였던 터라 이번에 작정하고 읽어보았다.

왜 신경 쓰였냐면 제목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뷰의 제목도 작품의 제목으로 정했다.

몇 년 전에 일본도로 서양검(롱소드였던 걸로 기억함)을 내려치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결과는 롱소드는 멀쩡하고 일본도는 찌그러지면서 끝났는데, 그 영상을 인용하며 작성자가 했던 말의 취지는 간단히 요약하자면 ‘일본도는 안 좋은 칼이다’였는데, 좀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말이었다. 이 영상이 일본도가 좋은 칼이 아니라는 이유가 될 수 있는가?

실질적으로 일본도는 롱소드를 자르려고 만든 칼이 아니다. 저런 식으로 사람의 목을 쳤으면 사람은 죽을 것이고, 그걸로 목적은 달성한다. 그렇다. 그거면 달성할 수 있으니 일본도는 그걸로 충분하다.

일본도를 옹호하고자 쓰는 글이 아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뭐가 됐건 몇 년이 지나도록 기억하는 걸 보면 인상적인 영상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이것은 ‘실용성’이나 ‘취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상’의 문제다. 일본도와 롱소드를 든 사람이 서로를 죽이려고 칼을 부딪칠 일이 얼마나 있겠냐만, 어쨌든 부딪치고 보니 일본도가 찌그러지네. 라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롱소드가 일본도보다 뛰어나다는 반증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단단함에서는 우위를 차지하겠지만, 무기로서의 실용성을 따지자면 여러 가지 다른 요소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영상은 ‘인상’에 남는다. 저런 영상을 봐버리고 나면, 일본도를 좋아하는 사람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리볼버와 머신건의 차이로 비교해도 된다. 철판에 구멍 몇 개 뚫는 리볼버와 헬기 타고 다니다가 한 번 쭉 당기면 차도 폭발시키는 머신건을 비교하면 리볼버를 든 사람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존재하지 않던 별’에는 그런 힘이 있다. 20여 년 전에 쓰인 글인 만큼, 요즘 유행하는 말랑말랑한 SF와는 느낌이 다르다. 미래 배경과 발전된 기술이라는 틀을 빌려 ‘지금 이곳의 이야기를 전하는’ 그런 소프트한 SF를 쓰던 나는, 현실을 얘기하는 것이 아닌, 체험으로서의, 인식의 확장을 유도하는 SF를 읽고 오랜만에 위축되는 느낌을 받았다.

정리하자면,

오랜만에 경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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