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과 김지훈을 이해하려 해 봅니다. 공모

대상작품: 또 다른 풀이법 (작가: soha, 작품정보)
리뷰어: 제오, 18년 5월, 조회 42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굳이 가리지는 않겠습니다.)

 

주인공이 수학을 무척 좋아했나봅니다.

그러니 그렇게 마음 아파했겠지요.

사랑하던 – 혹은 짝사랑하던 – 연인을 김지훈에게 빼앗긴 기분이었을 것 같습니다.

 

저의 삶에는 김지훈이 없었습니다.

글쎄요, 후보들은 학교에 꽤 많았는데, 다행히도 그들이 잘 하는 것들에 제가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죠. 주인공처럼 억지로 아닌 척 한 게 아니라, 진짜 별로였던 겁니다. 대신 제가 나름 잘 하는 게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그 후보들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약간 나았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생각하기에는요. 숫자도 대략 그렇게 나왔구요. 나만의 연인이 있었던 셈입니다. 다행이죠.

 

주인공도 그런 걸 찾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그냥 남을 바라보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는 수도 있겠죠. 뭐 그렇잖습니까. 경쟁이라는 게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니까요. 아니, 웬만하면 경쟁을 안 해도 되는 세상이 좋겠죠. 그러니 주인공 생각대로 무난하게 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겠습니다. 진짜로요. 그러니 너무 괴로워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김지훈을 이해하려고 해 보면…

대강 이런 입장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당연해서, 그걸 못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그런 사람은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서 당혹해하다가, 진짜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당황하고, 못 하는 사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도와주거나, 경멸하거나, 그냥 신경 끄고 마이 페이스로 살게 되겠지요. 도와주다가 도저히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경멸 혹은 마이 페이스로 흐르는 수도 있겠습니다.

문제풀이들을 만들던 때의 김지훈은 어느 단계였을까요? 아마 이해하지 못하는 단계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주인공의 풀이를 보지도 않고 같이 풀이를 만들어 보자고 했으니, 이미 평소에 주인공을 눈여겨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뭔가를 보여줬던 걸까요? 김지훈이 말한, 주인공이 가지고 있던 것이 뭘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쿨한 척 한 주인공의 행동에 낚인 걸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선행학습을 전혀 안 하는 것을 알고 좋게 보았거나. 아무튼 작품 중에서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이 스스로도 모르는 뭔가의 능력을 보여준 것이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김지훈은 사람을 보는 눈썰미가 있었던 것이고, 그러면 교수 자질이 없다고 볼 수도 없을텐데… 주인공이 살짝 보여준 뭔가를 (사람들이 다 자기만큼은 할 거라는 오해 끝에) 과대평가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기도 합니다. (설마 주인공을 진짜 놀려주려고 한 건 아니겠죠?)

김지훈이 주인공을 마주 대하면서 보여준 감정의 흐름은 약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깊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무덤덤해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공포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다시 심드렁해졌다가 슬퍼지고. 김지훈 같은 아이라면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무덤덤했을 것 같은데.

혹시 김지훈이 주인공에게 호감이 있어서 (이 경우, 주인공이 가진 것은 그냥 주인공 자신이 되는 거겠죠, 김지훈이 좋아하는.) 용기를 북돋워주면서 도와주려고 했던 걸까요? 그러다가 주인공이 오히려 괴로워하며 화를 내니까 무서웠다가 슬퍼졌던 걸까요? 흠.

 

암튼 김지훈은 이후에 교수가 되었고, 주인공에게 그랬던 것처럼 대학원생을 절망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 마이 페이스 단계는 아니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헛된?)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그 희망을 충족하는 학생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김지훈이 남을 가르쳐서 후학을 양성하기 보다는 스스로 연구를 열심히 해서 그 자신이 업적을 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근데 김지훈이 왜 기사에 났을까요? 연구 업적 때문이면 좋겠네요. 대학원생이나 박사과정은 ‘우선 받아들이고’ 일하게 시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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