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공모

대상작품: 밤이 잠드는 곳 (작가: 바르데, 작품정보)
리뷰어: BornWriter, 18년 5월, 조회 63

이번 리뷰는 스포일러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왜냐면 저도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해 리뷰를 해야 하거든요(그리고 스포일러가 적다는 것은 제 개인적 판단이므로 누군가는 ‘잉, 스포 겁내 많잖여!’할 수도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민감한 독자라면 서둘러 뒤로가주세요).

 

이 작품은 재미있지만, 저는 작품을 읽으며 여러 부분에서 당혹스러움 혹은 그와 비슷하지만 딱히 명명하기 어려운 어떤 감정을 느꼈습니다. 이걸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으니 그냥 당혹스러움으로 퉁치겠습니다. 네, 저는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물론 당혹스러움에는 ‘좋은 당혹’과 ‘나쁜 당혹’이 있을 겁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독자를 속이는 전개가 좋은 당혹이고, 그렇지 못하면 나쁜 당혹이겠죠. 이 작품에서는 그 두 가지가 전부 나옵니다.

우선 처음에 주인공의 의도가 틀어지는 순간이 저는 좋은 당혹이라고 생각해요. 주인공은 성매매를 하러 왔다가 일면식도 없는 안드로이드의 탈출을 돕습니다. 여기서 전개가 제 예상을 벗어나서 움직이는데, 당혹스러웠지만 만족스럽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탈출할 것인가! 네, 그리고 이 부분이 나쁜 당혹이었습니다. 그냥 ‘토르와 로키의 도와줘 작전’입니다. 안드로이드 내부에 GPS 정도는 박아뒀을 거 같은데, 플라잉이 그걸 모르는 걸까요.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집에 데려다 준다는 것도 좀 이상합니다. 보통은 구급차를 부르지 않나요? 정신을 잃은 사람을 그냥 집에 데려다줬다가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제일 곤란해지는 건 ‘오네쨩’일텐데, 이 오네쨩은 차비까지 쥐여주며 보냅니다. 1) 고객의 집이 어딘 줄 알고 데려다 주겠다는 건지 2) 고객의 집이 어딘 줄 알고 택시비로 1만엔 밖에 안 주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본은 택시비가 어마어마한데 말이죠.

플라잉이 탈출하는 것까지 ‘오네쨩’의 계획이었던 걸까요. 관련법을 지키고 환경에 영향이 적은 폐기 방식을 사용하면 돈이 많이 드니까 그냥 사람 하나 고용해서 슥싹 하려는 거였을까요. “이 안드로이드가 미쳐서 고객을 납치해갔어요!” 라고 해버리면 사람 고용할 필요도 없이 경찰이 나서겠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작품의 결말은 허술하고도 수월합니다. 기본적으로 소설은 갈등과 그로부터 야기되는 위기 위험 등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곤 합니다(물론 안 그런 소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야기의 전개에 딴지를 걸 곳이 상당히 많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수월하게 목표를 달성합니다. 조금 더 위기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이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되었으면 했습니다.

 

대사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저도 대사 참 못 쓰는 글쟁이긴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사를 잘 쓴 작품을 보면 ‘와,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찰진 대사를!’하는 마음이 절로 생기고, 그렇지 않은 글을 본다면 ‘누가 내 글을 보면 이런 느낌일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작품의 대사들은 좀 어색해요. 굳이 따지자면 구어체라기보다는 문어체에 가깝게 느껴지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구어체 같은 면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고요. 두 사람의 상호작용이 마치 70년대 만화를 보는 듯했어요. 90년대 태어난 제가 느끼기에는 매우 이질적인 그런 느낌.

저도 대사를 잘 쓰는 글쟁이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대사가 자연스러운지 아닌지는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외에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건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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