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이 가질 수 있는 최대치의 불안감 감상

대상작품: 편지 (작가: Q씨, 작품정보)
리뷰어: bridge, 18년 4월, 조회 69

근래 브릿G에서 글을 읽기 전 습관이 생겼다

바로 접속하자마자 보이는 편집자의 선택, 베스트 추천작을 훑는 것이다

직접 마음가는 작품을 발굴하기보다는 편집자님께서 그 수많은 글의 더미를 헤집고 맛보고 감정해 리스팅해놓은, 선택받은 추천작을 택함으로써 나의 사적인 수고를 덜고 작품탐색에 드는 시간을 최소화하여 날로 먹겠다는 심산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셈

<편지> 역시 추천작 리스트에서 발견하여 접하게 된 작품이다

중단편을 많이 읽는 편이기는 해도 너무 짧은 글의 경우 적절한 분량의 리뷰를 뽑기가 어렵다 판단되어 읽었어도 리뷰를 남기지 않을 적이 많은데, 고작 원고지 서른 몇장의 글이 이렇게나 intense하게 느껴지리라곤 생각도 못했기에 글을 읽자마자 호다닥 리뷰를 적게 되었다

<편지>는 구체적인 그리고 막연한 인간의 공포심을 동시에 자극하는 글이다

어딘가 이상한, 그러니까 신체적인 해코지를 한다거나 정신이상증세가 의심되는 행동거지로 심리적인 위축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 내 거주지 근처나 행동반경 내에 혹시 존재한다면 어떡하나-라는 막연한 공포, 이해하기 힘든 언행으로 개인의 생명존속과 즐거운 삶의 영위 여부에 안정감 대신 불안감을 끼얹는, 그런 구체적인 공포 말이다

201호가 선보이는 공포는 매우 현실적이다

제법 있음직하고 ‘이건 소설이잖아!’ 라며 넘기기엔 꽤 꺼림칙하다

 

 

시작은 주차에 관련한 편지였다

몸이 불편하니 특정 공간을 자신에게 양보해달라는 편지

다른 이의 주차를 지적하는 편지내용을 보자마자 그저 조금 예민한가보다, 싶었던 201호의 초반부 인상이 급격하게 바뀌어간다

온 집이란 집에 불만과 욕설이 가득 적힌 편지를 돌리는 대목에선 그야말로 숨이 턱 막힌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괜시리 기분이 불쾌해진다

이런 류의 몰상식하고 교양없고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인물을 실제로 겪어본 적이 있어서인지(심지어는 피해망상 때문에 상대를 욕하고 저주하는 것마저 똑같다) 그 어느 때보다 몰입도가 쫀쫀해진다

물론 그런 일이 없었더래도 찜찜함의 레벨은 여전히 높았을 테지만 말이다

 

 

타이트하게 조이는 글을 쓴다는 건 참 어렵다

마냥 자극적인 요소를 때려박는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필력이 좋다고 무조건 글이 술술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런 포인트에서 볼 때 <편지>는 작가가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완성한, 맛이 진한 디저트같은 글이 아닌가 싶다

말하자면 재밌었고 마음에 들었다는 것

추천사에 적혀있던 대로 이제 다른 글을 읽어보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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