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리뷰가 늦어 죄송합니다. 리뷰를 준비하며 작가님의 전작 <슈퍼맨 로망스>도 함께 읽었고, 평소 짤막하게 남기던 감상과는 조금 다른 피드백을 드려야 하겠다 싶어 조금 긴 편지 겸 분석글을 씁니다. 리뷰 대상은 <철인 28호>를 비롯한 작가님의 단편 전반을 아우릅니다. 부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총평
아이디어는 귀여우나 이야기의 문법을 더 갈고 닦아야 할 동화
‘철인 현상’, ‘달 스위치’, ‘물건들의 전야제’, 그리고 ‘슈퍼맨이 되는 비법’까지. 이야기의 소재가 참신해서 좋았습니다. 작가님의 강점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으며 ‘어른에게 필요한 동심’을 적절히 포착한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철인 28호>는 구직 활동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준비 과정에서 경험하는 극단적인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잘 집어내어 환상적 요소와 버무렸습니다. 그 모든 널뛰는 감정을 기계적으로 제어하고 효율적으로 면접에 임할 수 있다면! 또한 이 작품에는 전체 이야기의 흐름이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되어 말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소재를 발전시키고, 이야기의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와 캐릭터를 치밀하게 쌓아올리고, 독자가 세련되었다고 느낄 법한 문학적 연출을 하는 데는 조금 부족하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갈등을 덜 겪고 결국은 행복해질 것을 알기에 독자가 심적 에너지를 덜 소모할 뿐, 동화도 결국은 구조적 완결성을 지닌 이야기여야 하니까요. 아니, 오히려 때에 따라서는 어른의 언어를 맘껏 구사할 수 있는 소설보다 더 까다로운 기술적 마감처리가 필요한 것이 동화일지도 모릅니다. 다음은 개선을 위한 몇 가지 제안입니다.
1) 문학의 틀 갖추기
소설이나 동화를 현실과 구분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는 ‘있을 법한 허구적 이야기’를 문학이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때로는 삶이 픽션보다 더욱 극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평창올림픽에서 여자컬링팀이 보여 준 드라마처럼요.
그렇다면 뭘까요? 소설을 소설로, 동화를 동화로, 영화를 영화로 만드는 것이 허구성이 아니라면 무엇이 이야기를 이야기답게 하는 걸까요? 답은 시간입니다. 현실의 삶에서는 그저 흘러갈 뿐인 시간을 재단할 수 있다는 점이 픽션을 픽션답게 만듭니다. 영화는 오프닝 신부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의 시간을 다룹니다. 소설이나 동화는 작가가 구축한 인물의 일생 중 어느 한 부분만을 조명하지요. 어느 부분을 선택하여 다른 어떤 부분과 이어 붙이고 얼마나 자세하게 설명하여 얼마만큼의 중요도를 두느냐에 따라 동일한 서사도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서술은 많은 경우
A가 B한 행동을 했고, C한 결과가 나왔다. 그 원인은 D에 있었다. A는 E한 감정을 느꼈다.
는 투의 일기 쓰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문학적 짜임새를 만들고 클라이맥스에 파괴력을 싣기 위해서는 이전 장면들을 적절한 길이로 잘라 쌓아나가야 합니다. 대부분의 가요가 1절-후렴구-간주-2절 형식을 따라가며 브릿지 부분에서 터뜨릴 감정을 쌓아 나가듯이요. 그런데 작가님의 경우는 이도 저도 한 줄 서술로 끝내버리거나 대단원에 가서 과도한 설명을 우르르 쏟아내는 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선인장>이나 <투명인간의 꿈>, <슈퍼맨 로망스>에서 이러한 경향이 컸습니다. <차임벨을 울려라>는 괜찮은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마지막에 허겁지겁 자전거 가게 아저씨에 대한 정보를 대량으로 제공하는 모습이 보였고요. ‘사실은 이렇게 된 거야…’라는 썰 풀기 식의 서술은 면대면의 대화에서는 유효하나 훌륭한 문학적 기법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적절한 ‘떡밥’의 배치와 회수를 통해 독자에게 귀띔을 해 주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완급 조절을 통한 문학적 연출이 필요하고 말입니다.
2) 위기는 곧 기회
넘어야 하는 산이 커질수록 장애물을 극복했을 때의 카타르시스도 커지는 법. <반지의 제왕>, 그 중에서도 특히 <왕의 귀환>에서 저를 매혹시켰던 것은 사우론의 압도적인 힘이었습니다. 그의 수족 나즈굴은 존재 자체로도 끔찍하고 운명의 산 오로드루인은 거칠며 여로는 거대한 거미 쉴롭과 오크 병사로 득실거리지요. 이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는 두 호빗은 너무나 약하고 초라해 강대한 악을 이겨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리고 독자는 이 부분에서 숨을 죽이게 됩니다. 과연 프로도와 샘은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어떻게?
물론 동화에 대서사시급 위기와 극복을 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구성하는 데는 확실한 문제와 위기, 극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너무나 쉽게 문제를 포착하고 너무나 쉽게 그것을 해결하는(혹은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철인 28호>를 한 번 예로 들어 볼까요.
왜 사는가에 대한 의문(문제) >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찾음(해결 방안 발견)
철인 현상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치유하기 위해 노력(문제) > 인간적인 감정을 느낌으로써 신체적 문제도 없어짐(해결)
독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함께 고민하기도 전에 문제가 끝나 버립니다. 그것도 상당히 진부한 방법으로 말입니다. 이래서야 독자가 이야기의 전개로부터 따돌림당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가 주인공에게 이입하기 위해서는 함께 고민할 만한 ‘설득력 있는’ 문제를 던져 주어 충분히 생각하게 하고,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해결 방안을 모색했어야 합니다. 주인공이 취업 준비를 하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도 했다면 파래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에피소드가 생겨나지 않았을까요? 혹은 철인화된 몸으로 취업 준비를 하는 주인공의 하루 시간표를 독자에게 제시함으로써(3:00 토익 공부 시작, 6:10 휴식, 6:17 시사 공부 시작, 하는 식으로요.) 철인이 비인간적이고 정상적이지 않은 존재임을 더 효과적으로 느끼게 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주인공 혼자 재빨리 문제를 해결한다면 굴곡 없고 밋밋한 흐름이 되어 버립니다.
게다가 개연성이나 논리의 문제도 있습니다. 몸이 금속처럼 변하는 물리적이고 실제적인 현상을 두고 이것은 정신계통의 문제다! 단번에 간파해 버리는 주인공을 보면 통찰력이 대단하다는 생각보다는 저기 설명이 더 필요한데요…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선인장>에도 이런 대목이 하나 있지요.
그는 왜 하필 나팔꽃을 사갔을까 가만히 떠올려보니 그가 나팔꽃을 사 간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예술가인데 나팔꽃은 그가 메고 있는 기타처럼 그에게 또 다른 영감을 만나게 해줄 새로운 악기가 되어주지 않아서일까 싶다.
<선인장> 작품에서 나팔꽃과 ‘새로운’ 영감의 원천을 잇는 연결 고리는 무엇인가요? ‘나팔’과 그가 다루는 기타를 악기로 묶을 수 있으니까? <철인 28호>에서 전문 의료인도 아닌 주인공이 철인 현상을 심인성 질환으로 예측할 수 있었던 근거는 너무 빈약하지 않은가요? 후자의 경우 주인공의 짐작은 과감하게 쳐내고 의사의 소견만을 제시했으면 오히려 좋았을 겁니다. 동화의 특성상 길고 지루한 설명을 피해야 한다면 차라리 더욱 뻔뻔해지는 편이 낫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거의 모든 작품에서 ‘어른들의 동화’에는 불필요한 설명을 덧붙이고, 필요한 설명은 빼는 식으로 서술을 하고 있습니다. 굳이
철인 현상은 내면의 자신에게 무관심했기 때문에 잠시 나타난 흥미로운 현상일 뿐이다. 앞으로 나의 스트레스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라고 성찰적 논조로 설명하실 필요 없습니다. 충분한 개연성과 논리를 통해 짜인 작품이라면 어른 독자는 이런 설명 없이도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주인공을 본래의 자리에서 뛰쳐나가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 문제를 제시한 다음 그와 함께 고민하도록 만드셔야 독자는 비로소 집중합니다. 문제 풀이의 과정에서 충분한 개연성과 논리를 확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3) 숙제를 합시다
면접 지원자의 숙제는 자신이 지원하는 기업의 비전상과 진행 사업을 숙지하는 겁니다. 경쟁 PT에 나서는 광고대행사의 숙제는 업계 동향과 광고주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작가의 숙제는 소재에 대한 자료 조사입니다.
소재와 배경지식은 도구입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도구를 속속들이 파악하지 못하면 겉핥기식 서술만 하고 말 수밖에 없는 법이지요. 그래서 작가들이 바텐더가 등장하는 소설을 쓰려다가 조주사 자격증을 따고, 잘 모르는 길거리를 묘사하기 위해 구글 스트리트뷰를 하루 종일 붙잡고 사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직관을 방해하는 과다묘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의 작품에서 빈 공간을 많이 느꼈는데, 제가 이럴 정도면 작품을 읽으며 가능한 한 자세한 상상을 할 수 있길 바라는 독자는 상당한 불만을 가질 것 같습니다. 이 빈 곳에 살을 붙여넣을 만한 소재를 찾고, 소화하고, 채우셔야 합니다. 예컨대 <심심할 때 할 수 있는 101가지 일들>에서 두루뭉술하게
받아 놓은 영화를 틀었다. 첫 장면부터 잔인한 장면들이 흘러나온다. 난 영화를 잠시 감상하다가 곧 종료를 하고 파일을 지웠다. 이 영화는 당시 재미도 있고 작품성이 좋다는 말이 있었지만 너무 잔인해서 보기가 힘들다. 당시 난 남아도는 시간을 때울만한 영화를 받아놓고 있었는데 이 영화도 그 중 하나……
라는 식으로 말하는 대신
텔레비전을 켜니 영화 채널이 나왔다. 살인마가 전기톱으로 등장인물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기분이 나빠져 채널을 돌렸다.
따위로 구체적인 영화 내용을 제시한다면 어떨까요? 물론 동화를 위한 영화 선택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지만… 요지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당부와 비슷합니다. 네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겪어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설명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보여줄 것’. 면접관은 ‘성실하다’의 동의어 백 개를 늘어놓을 때보다 ‘고교 시절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다’는 일화를 이야기할 때 지원자에 대해 더 쉽게 이해하므로.
그리고 면접관의 입맛에 맞는 일화를 내놓기 위해서는 회사와 본인을 철저히 파헤쳐야 합니다. 이미 말씀 드린 대로 서술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해 더 심도 있게 조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장면을 뭉뚱그려 그려내기보다 세밀하게 묘사하고, 알맞은 예시와 감정을 제시하여 독자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세심한 묘사와 비유가 얼마나 큰 현장감을 선사할 수 있는가를 알려 주는 작품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말테의 수기>나 오스카 와일드, 앤 라이스의 소설 정도네요. 주인공이 공허감을 느꼈다면, 허무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대신 그 감정의 단면을 저며내어 보여 주세요.
배경지식이 백과사전 항목을 복사-붙여넣기한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독자는 사실적 정보의 나열을 보기 위해 문학 작품을 읽지 않습니다. 작품을 통해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을 살기 위해 읽습니다. 그러므로 되도록이면 다양한 삶에 직접 부딪치고 취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별다른 경험 없이 말글 닦는 일만 해온 사람의 글보다 영상디자인학과 학생이 쓴 소설이나 토목건축학과 학생이 쓴 시에서 더 신선한 언어를 발견한 적이 많습니다. 코드 짜는 것이 업인 프로그래머가 사랑 노래를 엮으면 그것이 또 얼마나 감미롭던지. 이러한 사람들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4) 다채로운 울림을 가질 것
개인적으로 <철인 28호>가 지닌 메시지를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면접에 집중하고자 면접관을 할아버지의 이미지와 분리했고, 두 번째 면접 때는 ‘철인화’되어 감정을 느낄 수 없었던 주인공이 마지막에는 자신의 약점을 솔직히 토로하며 공포의 대상을 친숙함으로 바꾸는 성장 과정도 이야기의 주제와 잘 맞물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작가님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이런 ‘훈훈함’이 판에 박힌 듯한 정형성이 되어 버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독자가 예상하는 범위 내에서 벗어나지 않는 해피엔딩에, 지나치게 직선적이고 교과서적인 교훈을 어린 아이 가르치듯 전달하려고 하지요. 이렇게 단일한 메시지를 ‘꽉 닫아버리는’ 서술 방식을 채택하시면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읽어낼 여지가 없어집니다. 무엇보다 지루하지요. 명작이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피엔딩이 능사는 아닙니다.
물론 저는 불행 포르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불우한 환경을 미화하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마음빚을 지우다니요.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해피엔딩이 보장된 동화를 읽으며 마음의 안정을 느낍니다. 그러나 때로는 등장인물이 반드시 죽어야 서사가 완결되는 경우(007 스카이폴처럼요.)도 있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더 큰 울림을 남길 때도 있습니다. 어른 독자는 이미 온갖 ‘감동물’에 익숙합니다. 그들은 뻔한 해피엔딩으로 숨쉴 틈도 없이 달려가기보다는 이야기의 무대에서 상징을 찾아내고, 특정 행동을 하는 인물의 심리를 복합적으로 추론하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새로운 메시지를 발굴하며 즐기길 원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5) 다면적인 캐릭터 만들기
작가님의 전작 중 등장인물이 시선을 사로잡았던 작품은 <9414>입니다. 온갖 재해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질주하는 택시 기사, 독특하지요. 하지만 그 외엔 거의 모든 작품의 이야기 톤과 화자의 성격이 비슷하고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인물에게 부여한 특징은 이력서 인적사항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마틸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녀를 잡아라>의 주인공 꼬맹이들이 전부 거기서 거기인, 평면적인 인물이었다면 로알드 달이 성공적인 동화 작가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을까요?
안타깝게도 저는 <슈퍼맨 로망스>에서도, <철인 28호>에서도, <선인장>이나 <에펠 주니어>에서도 독특하고 호감 가는 인물을 찾는 데 실패했습니다. 신선하고 매력적인 인물은 독자를 이야기로 끌어들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요. 독자는 항상 새로운 것에 굶주려 있습니다.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철저히 현실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을 그리거나(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처럼요.) 현실적인 환경에서 독특한 시야를 갖고 행동하는 인물을 그리거나(에드가 앨런 포의 <고자질하는 심장> 주인공은 어떻습니까?), 아니면 환경과 인물 모두 새로운 이야기(이영도 작가의 <눈물을 마시는 새>와 같은)를 그려 보려고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인물 각각에게 고유한 개성과 서사를 주어 살아 숨쉬게 만드는 것을 잊으면 안 되겠지요. 자신이 만든 인물에 대한 질문을 더 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철인 씨가 면접 공포증을 갖게 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슈퍼맨 로망스>에 등장하는 흰 원피스 아가씨는 어떤 입시 생활을 보내고 있었기에 매일 슈퍼에 들렀던 걸까요?
여성 인물 개발에 주력해 보는 것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다채로운 서사를 가진 여성 캐릭터가 각광받는 시대이지만, 아직도 많은 작품에서 잘 만들어진 여성 캐릭터가 희귀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날고 기는 마블 스튜디오에게조차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여성 캐릭터들은 까칠한 주인공을 보듬어 주는 여자친구, 주변인을 위해 희생하는 자애로운 어머니, 주인공 무리를 돋보이게 만드는 섹시한 아이캔디에 머물렀지요. 속한 세계 자체를 멸망시키지 않고서는 무너뜨릴 수 없는 죽음의 신 헬라나 술꾼 전쟁 베테랑인 발키리, 나라를 위해서라면 망설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처단할 수 있다는 오코예 장군같은 캐릭터가 등장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입니다. 따라서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사고하고, 문제를 극복하며, 야망을 가지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 뛰놀게 할 수 있다면 작가로서 매우 큰 강점을 가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예상 외로 긴 글이 되었는데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작가님의 작품 활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