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피던스라는 영어단어는 그 의미가 재밌습니다. 사과, 책상 처럼 어떤 사물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두리뭉실하게 표현되는 단어기 때문입니다. 신뢰, 신임, 신용, 확신 이런 뜻도 있지만 남에게 비밀을 노출하다 같은 묘한 느낌의 해석도 있어 상황에 따라 여러 의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을 제목부터 언급한건.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책의 제목을 작품의 설명문처럼 줄줄 길게 써넣거나 원작의 카피인 걸 자랑하는 듯한 축구의 제왕이라던가, 게임의 제왕이라던가 아니면 요리의, 주식의, 직장의, 연예의, 비트코인의 제왕. 따위의 제목이 즐비하는 세상에서 제목이 선전이 아니라 작품의 일부로 느껴지는 소설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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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피던스의 트릭은 단편입니다. 허나 지나치게 짧은 탓에 첫인상은 좋지 않습니다.
주인공 영민의 이야기를 3시간 전, 9년 전으로 그리고 6년이 흐른 다름의 지금으로 끌고가는데 짧은 분량에서 수시로 시간과 공간이 바뀌니 몰입하기 힘듭니다. 장면을 시간을 바꾸지 않고 원테이크로 이야기를 가져왔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을 주입하는 초반부분이 끝나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신용 사기를 주제로한 다큐멘터리의 출연섭의를 받은 주인공이 전직 사기군이었던 실력을 살려 전화로 일반인을 속이고 이 과정을 촬영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번 일로 과거를 청산하고 재시작하겠다 다짐한 주인공은 어느때보다 의욕이 넘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일반인을 상대로 오직을 전화만을 통해 집앞 벤치에 앉아있는 마스크를 쓴 남자 연기자를 살인범이라고 믿게 만듭니다. 그 말을 철썩같이 믿은 일반인은 여차저차한 사건 때문에 남자 연기자를 살해하고 시체를 은폐합니다. 주인공과 감독도 사건이 더 커지기 전에 일반을 쫒습니다.
짧은 추격씬과 일반인과의 대립, 설득 끝에 이야기를 막을 내립니다.
단편소설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간결한 이야기와 임팩트있는 엔딩이 멋집니다.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다만, 이야기가 끝이 났을 때 앞의 이야기를 되집어 보기 되면서 제목의 의미까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작품을 완독한 뒤 느끼는 아이러니와 묘한 감정이 제목을 보니 정리되는 기분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앞서 말했던 이야기의 시작부분과 수시로 등장하는 굵은색 글씨는 시건을 강제로 단어에 집중시켜 잘 읽어나가던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합니다. 만화의 집중선 효과를 내려고 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매우 성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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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합니다.
오랜만에 알차게 즐겼던 단편이었습니다. 쓸 때없이 낭비하는 이야기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고 마지막 결말을 봤을 때의 만족도가 매우 좋았던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