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세상에 의문을 품은 사람 이란 인터뷰를 예전에 본 적이 있어요. 누구의 인터뷰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다시 찾으니 몇몇 반가운 이름들이 보이네요. 대단히 많이 공유하는 의식인 거 같아요. 소설가는 세상의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고, 그 의문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해서 때로는 그 답까지 내려놓은 일련의 작업물이 바로 소설이겠죠.
그렇다면 리뷰어는 뭐 하는 사람들일까요. 리뷰도 하나의 글임을 생각해 보면 소설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 같아요. 그 글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인 게 당연하겠죠. 글을 읽으면서 어떤 의문을 품게 되면 리뷰를 써야만 합니다.
차원도깨비의 다섯세 수수께끼는 브릿G에서 가장 많은 리뷰를 받은 글일 거예요. 만약에 리뷰를 많이 받고 싶다면 이 글처럼 쓰면 되겠죠.
물론 유권조님은 대단한 소설가이면서도 혁명적인 실험가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글을 최다 리뷰 기능을 갱신해 보겠다는 목표를 가진 실험으로 볼 수도 있겠죠. 실험은 대단히 성공적입니다. 그런데 이 실험의 교훈은 무엇일까요? 제가 멋대로 얻은 교훈은 질문이 명확하면 답이 많이 달린다는 것이에요. 차원도깨비의 세 수수께끼는 정말로 명확한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죠. 엄밀히 말하면 질문 그 자체고요. 그 곰은 무슨 색일까? 다음에 올 숫자는 무엇일까? 그 왕의 형제는 몇 명일까?
리뷰 공모를 보면 대부분의 경우 리뷰어에게 전하는 말 칸을 비워두시더라고요. 많은 리뷰나 성원을 부탁하시는 분이 있지만 그 또한 질문은 아니죠. 물론 저도 초천재 리뷰어가 되어 글을 보자마자 글에서 던지는, 소설가가 품은 의문과 답을 명징하게 꿰뚫고 그 질문, 답 혹은 답을 내리는 방법론에 대해서 명쾌하게 써 내려가고 싶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마추어끼리 왜 이럽니까… 라고 속으로 답을 삼킬 뿐이에요. 구체적인, 정말로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져줬으면 좋겠어요. 질문이 구체적이어야만 구체적인 답을 할 수 있어요. 그게 아니면 구체적이지 못해 하나 마나 한 답만 떠올리다가 마감 기한을 놓치기 마련이더라고요. ‘구체적인’이 몇 번이나 들어갔는지 모르겠는데 되게 중요하니까 한 번 더 써 봅시다. 질문이 뚜렷하고 구체적으로 형상화 돼 있어야 해요! 초천재 리뷰어라면 혼자서도 구체화를 쓱쓱 해 나갈 수 있겠지만, 아마추어끼리 왜 이럽니까. 이걸 도와주기 위해서 작가분들이 리뷰어에게 전하는 말을 써 주었으면 해요. 특히 리뷰를 공모한다면 더더욱요.
다시 세 수수께끼로 돌아와 각 편당 리뷰의 횟수를 보면, 첫 번째는 가장 많은 답을 받았고, 두 번째는 거의 관심을 받지 못했으며, 세 번째는 다시 반짝였죠.
물론 이걸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많아요. 초두효과와 최신효과라거나요. 브릿G에서의 리뷰 문화가 한 작품에 한 번씩만 쓰도록 암묵적으로 규정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한다거나, 등등요. 하지만 정답과 오답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나요?
첫 번째 수수께끼는 정답이랄게 없는 문제였어요. 반면 두 번째 수수께끼는 명백하게 정답이 하나뿐인 수수께끼였죠. 다르게 말하면 그 하나를 제외하면 전부 오답인 수수께끼였어요.
그렇다면 여기서 리뷰를 적게 받는 비법도 알 수 있겠죠. 오답이 명확하다면 리뷰를 쓰기 힘들어요. 비겁하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명확한 오답이 있는 문제를 풀 때에는 많은 각오가 필요해요. 심지어 내가 말하는 게 오답 일 거란 확신이 든다면 더더욱. 내가 쓰는 글이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고 보통의 오답은 의미가 없는 법이니까요. 리뷰에 정답이나 오답이 있을까요? 모든 차원을 꿰뚫는 규칙이란게 있을까요? 차원에 따라, 아니 상황에 따라 정답과 오답이 미세하게 바뀌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오답은 있다고 생각해요. 무례한 글은 예외로 칩시다. 그건 오답 이전의 문제니까요.
질문은 답을 규정짓는 법이에요. 어떤 질문들은 하나의 답 만을 인정해요. 예를들여 문체나 표현법을 지적해 달라고 하면 말이죠, 어쩌면 세상에는 완벽한 문체와 표현으로 이루어진 글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완벽을 추구하는 자를 조심하라고 했죠. 완벽하지 않은 모든건 오답이 아닐까요? 완벽한 사람만이 리뷰를 쓰는게 아닐테니 대부분은 오답이겠죠. 그런 오답을 내밀 수 있을까요? 아마 아닐 거에요.
물론 저는 우리가 같은 차원에 사는 사람인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많아요. 이건 제가 통속의 뇌고 어떤 미친 과학자가 전기충격을 주는 것이라면?에 대한 사고실험은 아니고 사실은 여러분은 A.I.가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일 것이라는 가정도 아니에요. 우리의 성장 배경과 경험적 백그라운드가 매우 상이하기에 우리가 받아들이고 인식하고 내리는 답이 전혀 다른것은 아닐까에 대한 의구심이죠. 그러니 모든 글은 차원 도깨비의 수수께끼이며, 여기서 얻어낸 교훈을 다른 곳에도 적용할 수 있을거에요. 그러니 이렇게 차원도깨비의 세 수수께끼와 리뷰들을 하나로 묶은 이 현상에 대한 리뷰를 정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