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병장의 죄와 벌 – 스포일러 있음. 공모 공모채택

대상작품: 괴담 – 울음소리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리컨, 18년 4월, 조회 46

시각화된 공포장르인 동양의 공포영화들은 아주 꺼리는 편인데, 글의 내용을 실제 이미지로 떠올려보는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공포문학의 경우에는 가끔 읽게 됩니다. 오래 전에 “오멘”이란 소설을 읽고 재미있어서 리차드 도너 감독의 영화판을 본 적이 있었는데, 분명히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상영시간을 버텨내느라 진을 뺐습니다. “괴담 – 울음소리”는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 편히 읽었습니다. (농담입니다. ^^;;)

 

작품의 설정이나 주제는 크게 독창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군대인 것이 새로웠습니다. 엔딩에서 엄병장에게 다가오는 징벌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창고관리를 이유로 고양이 새끼들을 죽인 김일병의 최후나 엄병장을 공격한 어미고양이를 죽이게 된 박병장의 경우는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이해가 가지만, 되도록이면 폭력을 멀리하고 적당한 선을 지키려는 엄병장에게까지 총구가 들이대어지는 건 언뜻보기에는 좀 과도해 보이기도 합니다.

 

좀 우유부단한 것 같아 보이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몰아가야 하나 싶지만, 엄병장에게까지 고양이의 저주가 다가가가는 건 공포를 극대화하는 효과와 함께 읽는 이들로 하여금 그의 죄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도록 만들고 싶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엄병장의 작품 속에서 최고권력자입니다.(잠깐 스쳐지나가는 행정보급관은 제외합니다.) 또한 부대 안팎의 동물들에게 친근함을 느끼는 인간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김일병의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행동에 대해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자신과 정서적인 유대가 있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뻔히 보면서도 사태를 진정시키기에만 급급했던 엄병장이야말로 이 파국의 진정한 책임자라고 보여집니다. 단지 엄병장이 박스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어미 고양이가 공격했다고 엄병장은 생각하지만, 그전 상황들을 고양이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순식간에 고양이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이 박히는 고통이 느껴졌다. 종이 박스와 가장 가까웠던 게 나인지라 먼저 공격한 것이다. 비명을 지르며 내가 팔뚝에 매달린 어미 고양이를 뿌리치려 했으나, 고양이는 기를 쓰며 물고 있는 입을 벌리지 않았다.”

– “괴담 – 울음소리” 중에서

 

작품 속 묘사는 마치 공격당한 새끼 고양이들에게 가장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어미 고양이가 엄병장을 공격한 것처럼 엄병장은 생각하고 있지만, 이 작품은 일인칭 시점에서 전개되고 있기에 이 부분은 엄병장의 착각으로 볼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김일병, 박병장, 엄병장의 언쟁을 지켜보던 어미 고양이는 누가 이 비극적인 사태의 원흉일지 가늠해보고 공격했던 건 아닐까요? 저주의 혼령이 된 어미 고양이는 가장 계급적으로 약한 존재부터 하나씩 복수해가며 최종보스(?)까지 마무리짓습니다.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는 권력자의 우유부단함이 가져온 자멸이라고나 할까요?

 

가끔 환상특급이나 어메이징 스토리 같은 고전 TV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교훈적인 공포물들이 보여준, 경각심을 일깨우는 스타일의 작품이었다고 보여지며, 괜찮은 완성도를 가졌다고 생각됩니다. 고양이를 존중하자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고 공감되는 얘기이긴 하지만, 인간과 똑같은 존재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지는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불필요하게 동물들을 희생시키거나 잔혹하게 대하는 건 반대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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