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이빨』 – 좌백
1. 저는 대도오를 꽤 최근에 읽었습니다. 취직하고 나서야 공부 겸해서 하나씩 하나씩 찾아 읽었지요.
‘나는 사생아요!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고, 알고싶지도 않소.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일이니.’
이 첫문장의 임팩트를 아마 꽤 오랜 기간 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2. ‘나는 낳음당했다.’
이 말을 한 게 누구였더라.
하이데거였나, 미르천이었나….
하긴 누가 말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죠.
사람은 누구나 낳음을 당하고,
이제 낳음당한 처지에서 어떤 사람이 되려 하느냐가 중요하니까요.
3. 이 단편의 주인공은 들개입니다.
주인공은 싸구려 개새끼취급을 받으며 살지만 한 무사에게만큼은 사람대접을 받습니다.
무사는 의뢰를 받으면 누구나 죽이는 사악한 마두쯤 되는 모양이지만 주인공에게만큼은 그냥 사람이지요.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서로를 필요로 하는 순간, 인간이 됩니다.
꽃은 이름을 불려야 그제사 꽃이 되는 것처럼,
후치가 제미니의 유일한 나이트이고, 제미니는 후치의 유일한 레이디인 것처럼.
개와 무사는 어떤 관계였을까요?
형제? 의사부자? 어쩌면 스승과 제자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그 정도로 친밀한 것은 아니고, 그저 서로를 알아주는 관계였을지도.
4. 주인공은 자기가 함께 다니던 무사가 돈만 받으면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라는 걸 충분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주인공에게 아무런 상관도 없죠.
이런 자세가 참을 수 없이 좋아요.
‘온 세상이 틀렸다고 해도 상관없다. 난 내가 옳다고 믿는 길을 간다.’
이걸 말로 해놓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은 지난한 일이지요. 그게 아름다워 보이기는 더더욱 그렇고요. 조금만 엇갈려도 인물이 자신만의 협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싸구려 사이다패스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들개는 그렇지가 않아요. 좌백 선생님께서 쓰신 것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입니다만…
세상 사람들이 그를 살인마라 해도 상관없다, 그런 건 모른다. 하지만 그는 나를 사람으로 대했고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복수를 위해 죽겠다…
너무… 너무 오랜만에 보는 협이었습니다.
5. 자오원앙월 그림파일 업로드가 되는군요…;; 웹소설 게시판 중에선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어디서 봤나 했더니
https://www.youtube.com/watch?v=a88A_1PSZ1s&feature=youtu.be
여기 영상의 5분 경부터…
6.. 주인공은 개같이 살다가 사람답게 죽습니다. 목적을 가지고, 의지를 가지고, 확실하게.
짤막하지만 아름다운… 뭐랄까요, 낯설게하기라고 해야되나.
다 읽고 나면 첫 부분의 개 묘사가 유달리 아름다워 보여요.
7. 개와 함께 다니는 무사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고양이 협객의 복수는 대체 무슨 이야기가 될까요? 작가님께서 조만간 쓰겠다고 하셨으니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