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인 ‘안드로메다’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첫째는 개념. 지금도 많이 쓰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말 참 많이 썼잖아요? ‘너, 개념 안드로메다로 보냈냐?’. 시쳇말처럼 흔히 썼기에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니라면 싱거운 농담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두 번째는 ‘안드로메다 성운’이겠죠. 우리 은하계와 가장 가깝다는 것과 지니고 있는 미모 때문에 꽤 유명한 성운이니까요. 그리고 신화 속의 ‘안드로메다’겠죠.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이 단번에 ‘팟’! 하고 떠오를만큼 많은 이들에게 유명하진 않을테니까요.
그래서 저 역시 ‘안드로메다의 유래’라는 제목을 봤을 때, ‘유래’라는 것 때문에 안드로메다의 성운에 관한 SF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거기다 작가 이름이 ‘랄프 C’라서 심증을 더욱 굳혔구요. ‘랄프 C’는 중간의 숫자가 빠지긴 했습니다만 우리들에겐 휴고상으로 유명한 휴고 건즈백의 소설 주인공 이름이 아니었던가요. 러시아의 SF 작가, 이반 예프레모프가 지은 ‘안드로메다 성운’이란 작품도 있어서 이 소설은 또 어떤 색다른 ‘안드로메다 성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까 기대감에 스크롤 바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착각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안드로메다는 신화 속 인물이었어요. ‘안드로메다의 유래’는 얼른 받게 되는 느낌으로는 두 개의 전혀 다른 이야기가 헐겁게 하나로 접합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앞과 뒤의 분위기와 방식이 확 바뀝니다. 처음엔 주인공이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인에게 매혹당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냥 반하는 것도 아니고 ‘초극’, ‘숭고’ 이런 말까지 써가며 옆자리에 앉은 여인의 미모를 한껏 과장하는데, 그 수준이 위험해 ‘스토커’로도 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주인공은 여인을 따라 버스에서 내려 미행까지 합니다.
그러다 돌연 상황이 바뀝니다. 현실의 무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여인은 그리스 신화 속 그대로 결박당한 존재가 되어 신화의 무대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공간만 바뀌는 게 아니라 사람도 바뀝니다. 여인은 온전히 안드로메다에게 빙의 되어 사극체로 주인공에게 열렬한 사랑을 고백하고, 주인공 역시 페르세우스에게 빙의된 듯 사극체로 말합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일순간 이렇게 되어 버리기에 마치 두 개의 전혀 다른 이야기가 헐겁게 접합된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죠.
후반의 이야기는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할 때의 설정과 대체로 비슷합니다. ‘대체로’라고 하는 것은 결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건 스포일러가 되기에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 결말이 이 소설을 아주 모호하게 만듭니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것이죠. 앞에 나온 주인공 묘사가 정말 스토커의 것이라면, 이 소설은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여성이라는 존재를 소유하려고만 드는 남자의 정복욕을 통박하는 것일까요? 그 존재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도 않고 그저 육신이라는 겉모습만 취하려 드는 것은 그대로 살아있는 존재를 무기질의 돌로 만드는 메두사의 눈과 똑같으니까요. 그렇게 보자면, 왜 ‘유래’라는 제목이 붙었는지도 알 것 같습니다. 그 유래는 아마도 ‘결박 당한 안드로메다’의 유래겠지요. 그 안드로메다를 바위에 꽁꽁 묶어두고 있는 것은 오로지 정복욕에 혈안이 된 남자들의 시선이겠구요. 너무 모호하기에 저는 일단 이런 식으로 정리했습니다.
모호한 소설은 흔히 ‘불친절하다’는 말로 표현됩니다. 이것은 작가의 의도일 수도 있고 단순히 작가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후반의 전개로 봐선 전자 같은데, 그렇다면 중간 연결 부분, 그러니까 현실에서 신화 속 공간으로 이전하는 부분을 좀 더 독자들이 이야기를 따라잡을 수 있게 헐거워진 나사를 꽉 조여줬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제겐 이 이야기가 독자를 너무 독단적으로 끌어가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독자도 공감이든, 납득이든 좀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줬으면 한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더하면서 글을 맺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