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엄청 멍충한’ 이란 소설인데 한승재라는 건축가가 쓴 소설이다.
그는 건축가이면서 그냥 어느날 이리저리 적어놓았던
소설을 모아 홍대 앞에서 자신의 소설을 팔기 시작했다. 그것이 출판사 눈에 띄어 정식 소설로 출간되게
됐는데 난 이 글을 보면서 그 소설이 생각났다.
과학을 공부했다는 작가 이 작가는 과학을 전문으로 하면서
글도 잘 쓰는 정말이지 엄청나게 질투나는 필력을 가진 그런 작가가 아닐까.
언젠가 보았던 영화 인터스텔라도 생각이 나고 글이 가지는 재기발랄함과 독특한 소재 때문에 재미있게 읽었다.
그렇게 글을 모두 읽은 소감은 ‘매우 재미있다’ 였다.
무엇이 손님으로 돌아갔을까. 글은 솜씨좋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중요한 사실과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해 한번에 결과를 도출하지 않는다. 마치 이러한 과학 개념들이 원래부터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작가도 알고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글의 마지막까지 여러번 설명해 준다.
우주라는 공간적 특이함, 그리고 장의사라는 직업적 특이함이 합쳐 우주 장의사라는 특이한 직업을 만들어
냈는데 그러한 주인공의 일상을 짧은 단편에 솜씨좋게 버무린 것 같다.
난 정말 아주 잘 버무려진 비빔밥을 먹는 기분이였다.
다만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위트 있는 글과 재기발랄한 이야기들이
장르적 재미를 불어 일으키는건 맞지만
정확히 말하면 예를들어 2시에서 7시라고 말했을때
나는 그것이 1시에서 5시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소설이 끝날때까지 생각했다.
그러니까 대강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를 말하는 건가 아니지 오른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인가
갸우뚱 거리면서 소설을 보았는데, 작가는 친절하게도 2시에서 7시 라는 방향에 대한 설명을
독자가 알아듣지 못할까봐 아주 여러번 숫자를 반복한다.
난 그럴 경우 오른손이 왼쪽 아래를 가리키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소설이 끝난 지금 드는데 물론 이건 아주 사소한 부분이고 여러가지 비유들이
조금만 다듬어지면 훨씬 재미있어질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첨언하면 독특한 소재와 다르게 주변을 이루는 모든 인물들이
상투적인 느낌이였다는 점이 아쉬웠다.
몸매가 좋은 물질 만능주의 아내, 개념없는 딸들, 무식하고 한심하게 느껴지는 주변 인물들.
자연스럽게 글을 읽어갔을 때 분명 이 글은 장의사의 시점으로 적혀지고 있는데,
여러 고급 어휘들과 과학적 설명들이 이 장의사는 말만 장의사지 한편으로는 아주 전도유망한 과학자가 틀림없어
라고 생각하게 한다. 그런 과학자의 곁에 너무도 대책없는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이러한 인물들은 굳이 묘사하지 않았거나 묘사해도 반대로 이 장의사와 대립되지 않는, 비슷한 성격의 인물들
로 설정하는 것이 오히려 주제를 더 잘 드러낼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소설을 읽는 독자는 결국 주인공
뿐만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에게까지도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켜가며 보게 되는데 너무 센치하고 인생을 철학적
으로 보고 마지막에는 비장하기까지 한 주인공과 다르게 주변인물들을 보다보면 맥이 빠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다시 비빔밥으로 표현하면 너무 맛있는 계란과 맛있는 나물과 고추장은 서로의 장점을 살려주는데
거기에 이름모를 잔반들을 모두 쓸어서 비빔밥에 넣어버린 바람에, 잡채밥이 된 기분이 든달까.
물론 그 잔반들조차 맛은 있지만 이 ‘손님으로 돌아가다’ 의 중심 주제는 확고하고 재미있고 분명한 주제를
담고 있는데, 그러한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오히려 주제를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내가 보기에 작가는 매우 완벽한 스타일인것 같다. 그래서 이 짧은 단편에 모든것을 몰아넣다 보니 너무나
많은 재료들이 한꺼번에 들어간 것 같다.
이처럼 재미있는 글을 브릿지에서 만날수 있다니 정말 신이 나고 언젠가는 서점에서도 만날수 있으면 좋겠다.
한국에도 과학의 개념을 접목한 멋진 SF물을 쓰는 소설가가 등장할 시점이 머지 않은것 같다.
그럼 나는 정말이지 22년전 재밌는 글을 보고 서점에서 떠나지 못하는 손님으로 돌아가
열렬한 팬으로 작가가 쓴 소설을 꼭 구입해서 볼 것이다.
이 소설은 블랙홀처럼 독자에게 소설 읽던 즐거움을 어렴풋이 기억나게 해주는 한마디로
끝내주는 소설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