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인해 나와 가까운 누군가가 피해를 본다는 죄책감은 나로 하여금 대단히 ‘심각한’ 감정적 고통을 안겨주곤 합니다.. 뭐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죠, 하지만 예를 들어 학창시설 제가 저지른 문제에 대해 제가 아닌 친한 친구가 대신 죄값(곡갱이 자루로 10대를 피터지게 맞음)을 받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면 그로 인해 제가 받은 죄책감은 상당히 오래 가더군요, 고딩시절 학교 앞 골목에서 저녁 야자 전 밥먹고 오다가 담배를 태우다 동네 아저씨한테 걸렸는데, 누군가 슨생님한테 꼬질러서 무작정 슨생님이 제 친구 이름을 부르고 나와,하시면서 그렇게 담배를 태워야되냐면서 들입다 곡갱이 자루를 엉덩짝에다 날리실 때 당연히 친구는 자신이 피운 담배가 걸린줄 알았을테고 다 맞고 난 후에 쏟아놓는 슨생님의 이야기에 친구는 입을 떡 벌린 체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제가 자수를 할 사이도 없이 벌어진 일인지라 뭐라 할 수도 없는 친구의 표정을 짚어보건데 피터지는 엉덩짝을 의자에 제대로 걸치지도 못하는 그 아픔의 고통이 제 죄책감의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저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한참동안 매일같이 까치담배를 상납하며 그동안 텁텁했던 백솔의 맛에서 업그레이드된 88라이트의 세계로 친구를 인도했더랬죠, 단지 이런 죄책감도 그토록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데 누군가가 나로 인해 죽음을 맞게 된다면,
뭐 나만 아니면 상관없다라칸다면 뭔 죄책감이 들겠습니까만 세상살이가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삶인데 굳이 독고다이 인생이란게 뭐 대단하다꼬 주변에 못된 짓거리하면서 살겠습니꽈, 안그래요, 아님 말구요, 여하튼 제목부터 ‘나만 아니면 돼’로 지정한 이 장편 소설의 시작점은 조금 당황스러운 설정으로 펼쳐집니다.. 최민우라 불리우는 이 친구는 어린시절 부모님을 여의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어느순간 죽어나가기 시작하는거죠, 자신과 조금의 연관이 있는 인물이라면 여지없이 살해되는 불상한 기운을 가진 아이입니다.. 그렇게 초등학교도 입학하기전 홀로 남겨진 최민우는 부모에게서 상속받은 재산으로 여지껏 혼자 살아오고 있으며 가능하면 주변에 사람을 두지 않으려 집밖으로 나가질 않죠, 그리고 인터넷 채팅으로 자신의 상황을 익명으로 털어놓던 민우는 채팅 친구들이 자신을 도우려고 하는 것을 만류합니다.. 하지만 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익명의 친구들은 해킹으로 민우의 집으로 오고 이제 이들은 죽음의 그늘속으로 들어선 것이죠, 그리고선 민우의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인 김찬형형사와 마주하게 됩니다.. 다름이 아니라 민우의 집으로 짜장면을 배달하던 배달원이 죽어버린 것이죠, 이를 조사하기 위해 그동안 민우를 담당하던 형사가 다시금 그의 집으로 찾아온 것입니다.. 십여년동안 민우와 관련된 살인사건은 경찰조차 재수없어하며 쉬쉬하는 드러나지 않는 사건으로 치부되어 버린 상황으로 누구도 민우의 불행을 대변해주질 않고 있는 것이었죠, 그런 민우에게 죽음을 불사하고 자신을 도우려던 주변의 인물들과 살인자를 찾기위해 민우는 그들과 함께 죽음의 삶을 대면하기 시작합니다..
흠, 뭐랄까요, 조금은 과하고 오버스러운 설정과 비현실적인 진행과정이 담겨있는 초반의 흐름은 뭔가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 강합니다.. 일단은 이렇게 펼쳐지는 묻지마 살인의 영향력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비현실적 상황은 아무리 허구인 소설의 설정이지만 전혀 이해가능하진 않구요, 이렇게 시작된 설정이 갈수록 뒤엉켜버리며 주변상황의 연결고리가 헐거워지는건 초반부터 이어지는 전제가 너무 과장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면을 일종의 판타지적 장르로 무마한다손 치더라도 이야기의 배경이 이루어지는 상황이 말그대로 우리의 삶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상당히 어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주변 인물들과의 연결과 상황적 흐름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체와 이들의 문장들은 드라마틱하고 처절한 극한의 상황과 대비되는 어설픈 말장난이 수시로 드러나고 그 말장난의 어투나 방식이 저로서는 초보적 유머의 방식을 넘질 못한다는 생각을 했구요,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얻게 되는 감흥은 상당히 어색한 괴리감이 연재되는 한참동안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죠, 그리고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펼쳐지는 속도감 넘치는 진행과정의 전개는 방식적으로는 나쁘지 않으나 작가의 변처럼 인칭의 변화가 주는 새로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1인칭과 3인칭의 문법적 색다름이 없는 듯 했습니다.. 그냥 주인공인 민우의 입장은 그저 시선의 변화로만 표현한 듯 싶었구요, 그리고 이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의 이해가 딱 부러지게 머릿속에 인식되는 장면도 그렇게 많이 않았습니다.. 사실 지루하진 않으나 뭔가 이야기의 핵심은 놓쳐버리는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느무 단점만 먼저 내세운 것 같죠, 이제 좋은 점 이야기할께요, 일단은 어떠한 과장된 면을 차치하고 있는 그대로의 설정의 묘미는 이 작품상 상당히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주변에서 살인사건이 수시로 펼쳐지고 누군가가 주인공과 연루되었다면 어느순간 살해되는 대단히 치명적인 설정은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장르소설에서 대단히 매력적인 설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중후반부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작가 스스로도 조금은 균형잡힌 상황적 관점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뭔가 안정적이면서도 뜬금없고 비현실적인 상황의 흐름을 보다 논리적이고 이치에 부합하는 현실과 주변의 인물적 역학을 나름 잘 꾸며나가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의 흐름 역시 대단히 농밀하면서도 속도감있게 펼쳐내죠, 특히나 인물들 위주의 상황적 이야기는 무척 깔끔하게 펼쳐집니다.. 다만 그 상황이 주는 과한 스케일의 사회적 무리가 펼쳐내는 감성적 잔인함의 극단적 행태는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그정도는 이 작품을 설명하고 표현해내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전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의 소재로 설정하신 상황적 독특함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는 것이지요, 이런 설정적 소재는 누구나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더 다듬어지고 여러 퇴고와 작가님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이 작품의 새로운 변태과정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장이나 상황이나 흐름은 충분히 수정 가능하지만 그 뼈대가 되는 이야기의 설정은 바꿀 수 없으니까요, 아마도 이 작품은 수시로 보시면서 많은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겠죠,
사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눈에 많이 띄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재되는 상황에 따른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하는 이유는 각각의 챕터만 따져놓고 보면 상당히 즐거운 작품으로 여겨지고 다음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 또한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것이지요, 이 점이 대단히 독특하고 매력적인 설정에 기인함은 무시못할 사실입니다.. 초보적인 연결고리와 헐겁고 상황적 디테일이 부족한 부분은 분명히 작가님의 노력여하에 따라 수정되고 더 멋지게 탈바꿈되리라 예상합니다.. 물론 인물들에 대한 개연성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군중심리의 자극적 행태들 역시 조금 다듬어진다면 무척이나 멋지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냥 무시하고 말기에는 작품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이 묻어나서 가능하시면 이 작품에 대한 고민과 퇴고를 거듭하셔서 많이 다듬어보신다면 정말 멋진 스릴러소설의 느낌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게 됩니다.. 순간순간 작가님이 보여주시는 상황에 대한 표현과 심리의 공감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만드는 능력도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작품들로 독자분들에게 선보여주신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구요, 조금은 아쉬운 부분에 대한 밉쌀스러운 독후감을 쓰게 되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재미지게 읽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들어 자주 말씀드리긴 하지만 저는 전문적 리뷰어가 아니라 그냥 일반 독자의 독후감임을 말씀드리고 아, 얘는 그렇게 봤나보다라고 생각해주시고 그래도 응원하네,라는 생각만 해주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시구요,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