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와 장미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마지막 마법사 (작가: 해도연, 작품정보)
리뷰어: 주렁주렁, 18년 2월, 조회 171

*본 리뷰는 해도연 작가님의 [마지막 마법사]와 [가시 위의 장미] 두 편의 소설을 대상으로 합니다. 내용 노출이 있으니 되도록 해당 작품을 선 감상 후 이 리뷰를 읽어주셨음 합니다.

**우연히 두 작품을 한 이틀 간격을 두고 읽었어요. 처음에는 마법사 리뷰를 쓸까 하다가 나중에는 장미 리뷰로 맘을 바꿨는데, 결국 하려던 얘기가 이어지겠더라고요. 아무래도 거의 간격을 두지 않고 한 작가님의 두 작품 읽어서 그런 듯합니다. 그래서 같이 묶어서 리뷰를 쓸께요.

 

[마지막 마법사]의 주인공은 여성인 ‘세나’입니다(전작인 위대한 침묵 여주인공은 ‘미후’였잖아요. 그래서 받침이 안 들어가는 여캐 이름을 선호하시나?란 생각을 잠깐 했어요.). 2004년 서울에서 발생한 큰 재난 현장에 있던 피해자로 15년 후 지역신문기자로 일하다가 마법사의 몸과 관련된 사건에 연류되고, 2004년 재난과 연결된 음모를 알게 되지요. 평범하게 살고 있던 주인공이 우연히 어떤 사건에 참고인으로 소환된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뒤에 더 큰 음모가 있고 자신과 연관이 크다는 걸 알게 되는 내용입니다.

익숙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세나’라는 여성 캐릭터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딴 게 아니라 쌍욕을 잘해서 좋더군요. 그리고 화를 안 참아서 좋았어요. 조곤조곤 온화하게 앞뒤 사정 물어보고 설명하고…이런거 없이 바로 화내고 바로 욕합니다. 감정을 응축시켰다 나중에 화내는 것도 아니고, 짜증나면 즉각적으로 표현을 해요. 이 ‘세나’ 캐릭터가 고루하지 않고 세련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전작인 [위대한 침묵]도 여주가 우연히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는데(그녀도 글을 쓰는 캐릭터) 나름 참는 캐릭터였다면 세나는 별로 참지를 않아요. 2004년 큰 재난 현장의 생존자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미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 같단 말이죠. (물론 미후는 양육권, 세나는 불임 – 여캐에게 부여한 상실이 모성/출산 관련이란 진부함이 있기는 합니다.) 조금더 적극적이고 직설적이고 액션이 강화된 캐릭터로 변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주 내용과 장르가 달라서 이런 차이가 생겨났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전 아주 이 변화가 아주 흥미로웠어요. 기존 해도연 작가님 여캐보다 더 나아간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이상한 건 위대한 마법사 뒤에 쓰신 [가시 위의 장미]입니다. 이 작품을 읽고 저는 좀 당황했데요, 위대한 침묵이나 마지막 마법사에서 갑자기 퇴행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서부극인 [가시 위의 장미]는 주인공 ‘데이먼 맥키’를 중심으로 두 개의 시간과 공간 – 1901년 뉴욕과 1889년 루이지애나 – 을 번갈아 왕복하고 있어요.  맥키가 중심 인물이에요. 그런데 중간중간 되게 이상하다고 구절들이 있어요. 여주인공인 지브니는 맥키가 가져온 소식을 듣고는 나무기둥에 기대어 울어요. 그러다 맥키가 다가와 지브니의 어깨에 손을 얹죠. “조금 전과는 달리 힘이 들어가지 않은 남자의 손은 뜨겁고 부드러웠다.” 아니 가까웠던 사람 사망 소식듣고 막 울면서 그 와중에 첨 만난 남자 손이 ‘뜨겁고 부드러웠다’고 느낀다는게….진짜 왠만큼 뜨겁고 부드럽지 않으면 그런걸 의식할 틈이 없을 것 같은데 지브니는 그런단 말이죠. 뒷 부분을 위한 복선인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도 너무 좀 저는 민망한 겁니다. 손에서 광선이 나가나? 이런게 연상됬었어요. 이런 식으로 지브니와 특히 빌리, 두 사람의 감정이 상당히 뜬금없이, 편의적으로 들어가요.

 

“지브니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이 남자는 존을 만난 게 분명하다.”

“포만감에 아빠 소식, 그리고 따뜻한 지브니의 체온. 빌리는 오늘이 자기 생일이었으면 더욱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두 개의 시간과 공간에서 중심은 맥키이고 맥키 시점에서 이야기가 왕복해요. 1인칭은 아니기 때문에 작가가 전지적 시점에서 다른 캐릭터들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올 수 있죠. 하지만 그러려면 좀더 앞뒤 설명이있어야 하지 않나 싶은 겁니다. 갑자기 한 단락으로 지브니나 빌리의 감정을 쑥 밀어넣는 느낌이었어요.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 때문에 긴장감이 적어집니다. 총 꺼냈다가 울다가 손 뜨겁다고 느꼈다가 믿는다고 하다가 몸을 섞다가….지브니나 빌리는 최소한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어요. 마지막의 반전을 위해서요. 앞부분의 묘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마지막의 사건 설명도 대사에 의존한 다다다다….이렇게 흘러가버려요. 이 지브니란 캐릭터가 아예 신비롭거나(속마음 묘사 없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나 대사만으로 묘사), 아니면 충분히 묘사가 되던가(근데 또 이름 맥키 시점에서의 이야기 구조가 흔들리겠죠)….캐릭터가 얄팍해요. 그래서 뒷부분에 별 느낌을 저는 못받았습니다. 마지막의 반전을 위해서 도구로 사용된 여자 캐릭터일 뿐이었으니까요. 지브니는 계속해서 어떤 제스츄어나 이미지로만 존재해요. 이 이야기 속에서요. 그렇다고 맥키가 어떤 인간인지 잘 모르겠고요. 선역인지 악연인지부터…소설 전체가 괜찮은 재료를 가져 와서 잘 만들지 못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앞서 계속 설명이 더 있어야 한다고 적었죠 저는. 이건 [위대한 마법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느낀 거예요. 좀더 설명이 들어가야 한다, 위대한 마법사에서도 느꼈어요. 마법사는 덜하긴 하지만 장미에 가면 특히 마지막 한 방을 위한 설정과 줄거리 위주의 단편이란 인상이었어요. 마법사는 중단편이고 장미는 단편인데 두 작품 다 조연들에 대한 묘사나 배경, 상황 설명이 적어요. 그래서 뭔가 휙휙 지나간다는 느낌인거죠. 일직선으로 스토리가 나열된다는 느낌도 받아요.

그러면 이런 의문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두 작품의 소재가 단편이란 분량과는 안 맞는 게 아닐까요? 혹시 장편으로 다룰 얘기에 단편이란 옷을 잘못 입힌 건 아닐까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장편이란건 꼭 원고지 1,000매 이런 걸 의미하지는 않아요. 단지 지금 분량보다는 늘어나야 해도연 작가님의 세계가 더 뚜렷해지지 않을까 싶은 겁니다.  당사자가 아니라 조심스럽습니다만, 저는 작가님이 장편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할 타이밍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덧.

– 위대한 마법사의 액션 묘사가 좀 흐릿합니다. 이미지가 잘 안 잡히더군요.

– 위대한 마법사에서 ‘전이’개념이 중요한 게 아닐까 싶었는데 별 설명없이 넘어갑니다. 방법은 모르겠지만, 소설 내용과 연관시켜서 이 전이라는 개념을 좀 강조시키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했어요. 그럼 또 분량이 늘어나겠죠. 하지만 그럼 좀더 이 소설의 세계관이 더 구체화되고 단단해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어쩌면 제가 이 단어에 괜히 꽂혔을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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