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메모: 유령열차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유령열차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견월, 18년 2월, 조회 136

☞ 이 글은 총체적 리뷰라기보단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글에 대한 일차원적 감상입니다. 그리고 스포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견월입니다.

유령열차는 이미 많은 분들이 호평하시고 추천하셨지만 도입부만 눈팅하고 왠지 선뜻 읽기가 주저되던 작품이었습니다. 어쩌면 어떤 분이 지적하셨던 것처럼 x y z 축으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저에게 SF에서 전형적인 시공간 이야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추측하게 했거나 아서 핀테일 경이라는 인물 소개가 고전적인 이야기의 답습일거라고 지레 짐작하게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같은 작가님의 온도계의 수은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이 작품은 선뜻 읽게 되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이 소설이 어반 판타지를 수상한 걸 보고는 다시 호기심이 동해서 읽게 됐습니다. 여기서 상이라는 것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는군요. :-)

누구나 빼놓지 않는 감상으로 저도 감탄한 것은, 고전적이고 장중한 문체가 압권이군요. 최근 소설들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문체인 듯 합니다. 화자의 주인공에 대한 묘사, 클락스빌 마을의 풍경 묘사, 주인공과의 대화에 대한 회고, 등등 모든 서술에 세련된 은유와 감상이 들어가는데 과하다기 보다는 빠져들게 합니다. 심지어 소설의 절반 가량을 구체적인 사건보다는 뭔가 일어날 것 같지만 사실은 뚜렷한 사건이 없는 미스테릭한 일상으로 채우는데도 지루하기는 커녕 ‘그래서? 그 다음은?’ 하면서 스크롤하게 만드는…

미지의 차원을 통과하는 열차로 마을 구석구석을 잇는 운송업을 구상한다는 발상 자체도 예상을 깨는 아이디어였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자멸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드물지 않게 봐왔지만 그걸 사업으로 연결하려는 야심가의 이야기일 줄은 몰랐네요.

게다가, 화자가 회고하는 방식은 사건을 더욱 베일에 싸이게 만드는군요. 여러 모로 어릴 적 읽은 나는 왕이로소이다 라는 고전을 떠올리게 합니다.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다 정복욕에 사로잡히고 결국은 파멸에 이르는. 더구나 배경은 인간의 이성과 과학에 의한 발전을 극도로 숭배하던 19세기 말 서양. 정말 고전적인 판타지의 세계를 다시 경험한 것 같습니다.

몇 가지 걸리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결국 사건을 짜맞춰 보면 아서는 임신한 아내를 죽임으로써 죽음과 탄생의 교차점에서 차원을 다룰 수있게 됐다는 논리를 암시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화자는 이를 수긍한 듯 하지만 저는 그게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상상이 가지 않더군요. 물론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니 주인공에게든 작가님에게든 해답이란 있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작중의 화자가 깨달았다는 것은 독자도 같은 방식으로 깨달을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어쩌면 제가 놓치거나 생각지 못 한 부분이 있을 수도..

그리고 열차가 본격적으로 운행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집밖에 나갈 필요가 없어지고 공장도 저절로 돌아가는 것처럼 묘사됐는데(제가 맞게 읽었을까요?) 유령열차의 운행이 어떻게 거기까지 이어지는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하나 더, 정말 사소한 건데요(너무 사소해서 작가님도 별 의미 없이 쓰셨을 수도) 글 중에 딱 한 번 괄호를 써서 부연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대목이 다른 부분과 잘 안 어울려서 저는 갑자기 19세기 음울한 도시에서 스마트폰으로 돌아온 기분이..*^^*

다 고려해도 결국은 제가 브릿지에서 읽은 작품들 중 손꼽히는 작품으로 느껴졌다는 걸 부인할 수 없겠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인 온도계의 수은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세계를 창조하신 걸 보고 얼마나 노력하셨는지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작가님께 좋은 글 감사하고 또 다른 걸작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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