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연일 관련 뉴스며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종종 기사 등을 잃어보곤 하지만 평창 올림픽에 대해 그렇게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적은 없었는데, 그 생각이 겨우 원고지 40여장의 글에 의해 뒤바뀔 수 있다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당신이 평창입니다> 덕이었다
우연히 추천글을 보고 읽게 된 <당신이 평창입니다>는 짧지만 상당한 화력을 가진 작품이다
주인공은 스물여덟살, 이름은 P, 그리고 프리랜서
사는 곳은 좁은 고시원, 변변치 않은 몸 상태는 덤인데다 꿈은 있지만 현실은 시궁창이고 잔고는 바닥이 났다
아직 젊잖아요! 라고 위로해봄직도 하겠으나 어찌되었든 여러모로 주눅들만한 조건들을 잘 갖추고 있는 셈이다
안타까운 상황에 가슴이 휑하기는 하지만 글 읽다보면 한숨나올 상황에 처한 사람이 한둘이던가
여느 글을 읽던 때처럼 무심히 읽어내리던 중에 P의 아르바이트 지원 문자 내용에 퍼뜩 정신이 든다
꿈:없음
생각지도 못한 과감함에 약간의 신선함을 느낀다
뒤이어지는 전개는 더 깨발랄하다
미심쩍은 알바라는 생각은 새발의 피였다
‘당신이 평창이기 때문입니다’라며 대뜸 합격연유를 밝혀오는 모습에 ‘미심쩍다’ 같은 단어로는 이 상황을 적절하게 설명하기 어렵겠구나 싶다
뒤이어 발생하는 P의 변화는, 새롭고도 놀랍다
거의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서라면 무지한 거나 다름없던 P의 가슴 속에 올림픽 성화마냥 불이 붙는다
입을 열면 평창, 눈을 뜨면 평창, 세상이 온통 평창뿐인 P가 되어 버린다
이쯤 되니 왜 이 글이 추천을 받았는지 알 것 같다
평창에 P만큼이나 관심이 없던 나도 평창에 홀린 듯이 글을 읽어 내려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완벽하게 독자의 마인드를 휘어잡은 작가는 마무리마저도 완벽하게 ‘평창’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평창’이며, 이 글을 덮은 후 자려고 누운 순간 당신은 ‘평창’이 생각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