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P라고 하자. P, 그녀는 올해 스물여덟 살인 프리랜서이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각종 공모전, 단기 아르바이트, 교열교정 알바, 생동성 알바 등 온갖 알바로 간간히 밥줄을 이어 가고 있을 뿐인 아르바이트생이 P의 실체이다. P는 대학을 졸업한 다음 잠시 회사에 다니다가 뛰쳐나온 다음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고시원에 들어갔지만, 몇 년째 변변한 완성작 하나 없이 어영부영 지망생 생활을 하다 결국에는 잔고가 바닥난 스물여덟 살이 되었다.
잔고가 바닥나는 건 익숙했다. 문제는 더 이상 돈이 들어올 구석이 없다는 거였다. 넣어 놓은 공모전들은 발표일이 몇 개월 뒤였고, 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이제 남은 건 밖에 나가 일하는 아르바이트뿐이었는데, 밤이고 낮이고 책상 앞에 앉아 구부정하게 있던 습관 때문에 허리가 너무 아파서 서 있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혼자 오래 지내다 보니 사람을 안 만났고, 사람을 안 만나다 보니 사람을 만나기가 무서워졌다. 이런 건 다 핑계일 뿐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P는 얇은 나무판자로 된 고시원 침대에 누워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각종 아르바이트 정보가 많이 올라오는 카페의 게시판을 둘러보던 P는 막 올라온 게시물 하나를 발견했다. [급구] 홍보 아르바이트 모집합니다. 라는 제목이었다. 제목을 클릭해서 내용을 보자 선착순 모집이며 자세한 것은 합격 후 공지 드립니다. 라고 적혀 있었고, 문자로 써서 보내라는 간단한 항목이 나열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