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세의 내친구 창식아, 보고싶구나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47세 회사원 김창식씨의 우주전쟁 (작가: 김태연, 작품정보)
리뷰어: 그리움마다, 18년 1월, 조회 108

제 친구중에 창식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제가 또래보다 한 살 먼저 초등학교를 입학했으니 창식이가 47세가 맞습니다.. 이 친구는 몸 자체가 왜소한데다가 또래의 4학년의 친구들보다 한참 어려보였죠, 하지만 엄청나게 재빠르고 축구를 어찌나 잘하던지 친구들이 창식이를 어떻게해서든 자기 팀에 넣어보려고 기를 쓰고 부탁을 하곤 했죠, 100원짜리 ‘해피라면’까지 사주면서 말입니다.. 창식이는 친구들보다 왜소해보이는 외모 때문에 늘 자신을 내보이는 것에 집중을 했습니다.. 조금만 자신의 얕잡아보는 아이가 있다면 거침없이 손과 발이 날라갔죠, 항상 이기지는 못했지만 늘 지지는 않았습니다..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한 듯 싶습니다.. 아무래도 덩치가 딸리면 힘에서 딸리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씩씩거리면서도 끝까지 덤비곤 했습니다.. 그래서 왠만하면 형들이나 친구들이 창식이를 건드리지 않았죠, 지가 지풀에 기분 나빠 덤벼들때를 빼곤 말입니다.. 창식이는 골치덩어리였습니다.. 주위의 친구들에게 있어서는 말이죠, 축구할때만 빼고,

근데 저도 창식이만큼 작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축구도 못했죠, 싸움은 더더욱 못했습니다.. 하지만 성격이 좋았죠, 늘 히히거리고 웃음을 날리고 왠만하면 친구들의 의견과 요구에 응하는 대단히 소심한 아이였습니다.. 그런 저를 보는 창식이는 나름 자신과 비슷한 외모와 함께 늘 웃는 낯으로 친구들 챙기는 모습이 어째 불쌍해보였는 지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친구들 축구하는걸 구경한답시고 벤치에 앉아서 ‘해피라면’이나 ‘브이라면’을 뜯어서 먹고 있으면 공차다가 쫓아와서 한움큼 쥐고는 씨익 웃고는 달려가곤 했습니다.. 집에 갈때도 걔네 집이 가까워서 함께 가기도 했죠, 전 창식이가 좋았습니다.. 제가 하지 못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하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항상 친구들에게서 자신이 누구라는걸 제대로 알려주고 제 눈엔 영웅같았습니다.. 그런 창식이가 6학년이 되면서 야구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아마도 재빠른 운동신경 때문에 시작한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사이는 뜸해졌습니다.. 중학교를 가면서 전 불운하게도 집에서 가장 먼 학교로 배정받았고 창식이는 야구를 가르치는 학교로 배정받았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소문에 승승장구했다고 하더군요,

중학교 2학년때 초딩 반창회를 한답시고 학교로 모였는데 창식이가 왔더랬습니다.. 와우, 저보다 두배는 커버렸더군요, 여전히 전 초딩같은 왜소한 몸이었고 창식이는 몸이 거의 어른처럼 되어버렸더라구요, 또래의 친구들보다 한뼘이상 차이나는 창식이는 스포츠 영웅처럼 멋지게 변했더군요, 괜히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은 흘렀습니다.. 벌써 제 나이가 47세가 되었죠, 창식이도 변했더군요, 얼마전 밴드라는 어플에 초딩 동창회에서 초대를 해서 들어가서 보니 창식이도 있더군요, 얼굴은 그대론데 그토록 커보이던 덩치는 오히려 저보다 작아보이더군요, 꾸부정한 몸에 머리는 어느덧 덤성덤성 빠지기 시작했고 얼굴도 꺼무잡잡하게 힘든 기색이 많더라구요, 하지만 얼굴을 활짝 웃고 있더군요, 아마 사진이 찍혀서 그렇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는 몰랐지만 그때 그 친구들이 모여서 한잔 하고 있는 사진들이었습니다.. 친구들이 궁금하고 만나고 싶었지만 아직 제가 선 듯 나서서 연락을 해보진 않았습니다.. 밴드에 가입을 하고선 사진들을 본 후 몇몇 친구들이 댓글을 올리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한 부담감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탈퇴를 해버렸습니다..

47세의 자영업자 (손)창식씨는 제 스스로 사진상으로 넘겨집기에 삶과의 전쟁을 치루고 있는 힘든 모습처럼 보입디다.. 지구를 지키기는커녕 술 몇잔에 얼굴이 벌개져버린 힘겨운 중년의 시간을 보내는 또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댓글에 자신이 운영하는 조그마한 철물점에 지나가다 한번씩 놀러오라는 글을 보면서 왠지모를 뭉클함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수천번이 넘게 지나친 그 조그마한 철물점에 그시절 제가 우러러보던 창식이가 있었던 것이지요, 저라고 딱히 잘난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시절 제가 흠모하던 이상적 남성의 모습이었던 창식이의 현재의 삶이 콘덴싱을 만드는 지구를 지키는 영웅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뭐 물론 제가 창식이와 대면하고 술 한잔 걸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떠들어대는 이야기가 아닌 혼자만의 생각이니 들을 가치도 없는 주절거림일 수도 있습니다.. 잊어먹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창식이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참 뜬금없긴 하지만 “47세의 회사원 김창식씨”의 삶과 현실과 그가 숨겨놓은 능력을 보면서 그시절 제가 아는 창식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더군요, 그렇습니다.. 흔한 우리가 아는 이 시대의 힘없는 중년의 아저씨의 모습같은 김창식씨는 갑자기 지구로 몰려운 외계인 종족의 우주선을 무찌르는 지구의 영웅입니다.. 하지만 그가 현실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은 찌질함의 극치였죠, 늘 바보같이 당하기만하고 자신이 능력이 없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변에 표출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찾지않을 그런 존재감을 내비치는 인물입죠, 김창식씨는 요즘 유행하는 마블 영화인 가오갤의 캐릭터 ‘에고’같은 존재인 모냥입니다.. 일종의 창조주의 개념인게죠, 아주 짧는 단편속에서 작가는 이 김창식이라는 인물적 캐릭터를 대단히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김창식이라는 인물의 확실한 인지를 독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죠, 매우매우매우 매력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짧은 단편의 이야기에서 그리고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만화같은 황당한 스토리에서 ‘김창식’이라는 존재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뜬금없이 김창식씨가 활약을 펼치다보니 뭔지 제대로 파악할 겨를도 없이 누구처럼 오줌을 지릴정도로 상당히 급박하게 끝을 향해 달렸죠, 그래서 작가님께서는 다음편은 언능 제시한 모냥입니다.. 47세의 찌질한 창식씨가 지구를 구하는 우주전쟁을 펼친 후로 지구는 다시금 평화로워진 듯한데 자신의 퇴근길, 집앞 놀이터에서 6살 난 아이가 김창식씨를 부릅니다.. 47세의 김창식씨에게 창식아,하고 말이죠, 딱지를 든 아이는 딱지를 사이에 두고 김창식씨와 전무후무한 대결을 펼칩니다.. 지구의 운명이 딱지에 걸린거죠, 엄청난 단편이네요, 이토록 짧은 단편이 대단한 임팩트를 보여주는 작품도 드물지 않을까싶을 정도로 파급력이 상당합니다.. 일단은 캐릭터의 존재감입죠, 김창식씨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후속편에서 등장하는 6살인 차우람군의 활약과 김창식씨와의 대결도 만만찮습니다.. 또한 상황이 주는 황당무계함 역시도 엄청난 인지적 파괴력을 보여줍니다.. 말그대로 허얼~이라는 감탄사가 나온 후 작품이 끝날때까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라구요, 작품의 질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충격 하나만으도로 이 작품의 능력은 독자들을 그로키상태로 빠트리기에 충분합니다.. 전 그렇게 봤습니다..

무엇보다 제 친구 47세의 창식이를 떠올릴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 전 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 갑어치를 99.9% 순도의 골드 바 백개의 수준으로 인정하고 싶기도 합니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저에게는 그러했습니다.. 좋은 발상과 독창적 세계관과 캐릭터적 존재감이 상당히 멋진 이 작품을 읽는 즐거움과 기억들이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떠올랐고 다시금 밴드에 가입을 해서 창식이와 그 시절의 친구들과 만나야되는가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또한 이 작품의 캐릭터와 비현실적이며 황망한 스타일의 상황적 스토리가 이렇게 짧게 마무리되고 묻히기에는 느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무한정 이어지는 것도 원치는 않구요, 짧고 굵은게 좋긴 한데 이 정도의 캐릭터적 파급력을 가진 독창적 인물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저 혼자만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능하시면 조금 더 고민해주시어 괜히 알지도 못하는 47세의 김창식씨가 꼭 제 친구처럼 으슥해지고 내가 니 아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친근감이 드는 저의 감상때문에라도 조금씩 후속작을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즐겁고 멋지고 황당한 이야기라서 행복했습니다.. 좋은 작품이어서 많은 분들이 읽고 느껴주시면 좋겠더라구요, 게다가 이 작품 때문에 제 친구 창식이를 만나러갈 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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