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해바라기, 바람, 햇님, 개미, 달맞이꽂 등이고, 우화 혹은 동화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위트 없이 글은 시종일관 진지합니다.
전체 이야기의 얼개는 ‘해라’ 라는 이름의 해바라기가 가족으로 불리는 해바라기 군락 속에서 태어나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성장하고, 주변과 관계를 맺고, 역시 자신의 분신인 해바라기들을 낳고, 결국 햇님을 바라보며 쓰러져 간다는 일대기 형식입니다.
제재는 ‘존재의 의미’ 에 대한 궁구라는 철학의 가장 기본적인 물음에 대한 것이고, 작가는 이에 대해서 보편적인 결론으로 마무리 합니다.
여러 의미로 깔끔하고, 그만큼 덤덤한 글이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해바라기와 주변의 다양한 캐릭터, 상황들을 엮어서 인간의 일생에서 고민해볼 수 있는 존재의 의미, 존재와 존재간의 관계 설정, 다양한 상황속에 변해가는 존재의 의의 등을 설정한 이야기 구성에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존재의 의미는 뭘까?’ 라는 직접적 질문을 쉬지 않고 반복하는 것은 은유와 비유가 손쉬운 캐릭터와 구성을 차용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지루합니다.
작품의 중간에 삽입된 말줄임표가 연속되는 구간도 작가가 전달하려는 의도가 전달되기 보다는 글과는 전혀 상관 없는 형식미, 사족으로 보입니다.
구성과 설정에 대한 아이디어가 좋은 만큼, 독자들과 좀 더 호흡하는 묘사와 표현이 더해지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작가의 다음 글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