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논리도 사회파도 좋아하는 추리 소설 독자 스텔로입니다. 이번에는 일상 미스터리 부흥을 위해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한 문장 요약 : 의외이면서도 있을 법한 진상들이…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브라운 신부가 떠올랐습니다. 체스터튼이 쓴 이 시리즈는 단편적인 단서들을 조합해서 놀라운 결말을 내놓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 단편에서는 범죄학자가 그럴듯한 추리를 열심히 늘어놓는데, 브라운 신부는 알고 보면 평범한 일이었음을 밝혀냅니다. 평범한 일상도 때로는 알쏭달쏭한 법이려나요.
사소한 문제에 죽도록 달려드는 건 추리 매니아 뿐입니다.
이 추리 동아리에도 추리 마니아들이 등장합니다. 작가님의 말마따나 엉뚱한 추리도 있습니다. 본편 여섯번째에 나오는 식물 매니아 이야기나 무영탑처럼요. 기껏 진상을 찾았다!… 싶었는데 사실 별 거 아니었음이 밝혀지고 김빠지는 결말도 한 둘이 아니죠.
하지만 “오호, 이건 생각 못했는데”하고 놀라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똑같은 생일 사건, 알코올 도난 사건, 하늘색 실내화 사건이 특히 그렇죠. 이 진상들은 꽤 그럴듯하고, 정말 일상에서 한 번쯤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은 일들이에요. 이 중 한 가지는 저도 비슷한 일을 겪어보기도 했습니다.
앞에서는 김빠지는 결말이라 했지만… 직접 일상에서 추리를 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거에요. 뭔가 특이한 일들이 생겨서 “나도 탐정!”하고 추리를 해보면 알고 보니 아무 것도 아니죠. 하지만 그렇게 추리를 해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지 않던가요.
흔히 말하듯이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거죠. 추리 매니아들을 풍자?한다고 할까, 메타 미스터리처럼 읽히는 요소도 있어서 더 재미있었습니다. 저도 추리물을 좋아하니까요.
물론 소설로서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아쉬운 부분들도 많습니다. 눈이 높으신 독자분들은 싫어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건 다음 코너에서 다뤄보죠…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코너]
1) 전환점을 구분해보면 어떨까요?
먼저 장면과 단락 구분입니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중요한 전환점을 지나쳐버리거든요. 예를 들어 알코올 사건에서 의뢰인이 등장하는 부분이라던가요.
(8줄 가까이 이어지는 대화 생략)
“그보다 수연이 언니가 운이 좋았던 거지.”
“그런데요, 이수연 선배는…”
윤경이의 말은 바로 뛰어 들어온 남학생의 말에 묻혔다.
“죄송합니다!”
“…누구?”
이건 저도 곧잘 하는 실수랍니다. 저도 고민 중이죠. 만화라면 자연스럽게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소설에서는 아무래도 읽는 걸 방해하거든요. 한 두 줄씩 띄어 주셔도 좋고, 제 소설에서는 그냥 구분선을 그어버려요.
“그보다 수연이 언니가 운이 좋았던 거지.”
“그런데요, 이수연 선배는…”
윤경이의 말은 바로 뛰어 들어온 남학생의 말에 묻혔다.
* *
“죄송합니다!”
“…누구?”
2) 한 번에 몰려오는 설명…을 조금씩 나눠보면 어떨까요?
알코올 도난 사건에서 남학생이 5층 4층 3층을 하나하나 설명할 때가 특히 그렇죠.
지도를 보려면 또 1화로 돌아가야 하니… 슬픕니다. 아무래도 이해가 잘 안 가거든요. 가독성이 떨어지죠. 동아리 특성 상 이해할 수도 있으려나… 싶지만 그래도 좀 아쉽습니다.
대부분의 추리 소설에서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서를 조금씩 흘려주니까요. 나중에 “공정하게 묘사를 했는데 놓치다니. 읽지만 말고 관찰을 해야지!”하고 독자를 골려주는 것도 추리 소설의 묘미라 할 수 있습니다.
웹소설이니 만큼 매회마다 적당히 도표을 그려서 넣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또 문단도 적당히 끊어주시면 좋습니다. 예를 들자면 역시 알코올 사건에서 “아니야. 선생님한테 허락도 받은 거고. ” 로 이어지는 ‘대사’는 400자가 넘거든요. 읽는데 어지럽더군요. 웹으로 읽어서 더욱 그렇네요. 문답을 주고 받으면서 조금씩 풀어가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저는 제 소설에서 문단을 너무 끊어서 고민입니다. 대사도 강박적으로 짧죠. 역시 중용을 지켜야 해요.
3) 대화할 때 행동 비트를 자주 섞어보면 어떨까요?
추리 소설들이 그렇지만. 인물 간에 대화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문제는 4명이 넘는 캐릭터가 한 번에 말하다보니 계속 헷갈린다는 거에요. 행동 없이 대화가 너무 길게 이어집니다.
만화를 또 예로 들면 그림은 없고 말풍선만 있는 느낌이죠. 이건 소설입니다! 네이버에서는 대사에 캐릭터 얼굴을 달아준다고도 하니… 이건 꽤 중요한 문제입니다.
여기서 고전부 시리즈의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 선생님께 잠시 배워보고 가겠습니다.
이바라와 사토시는 대학 공책에 메모와 낙서를 반복하며 옥신각신 하고 있다. 아니 뭔가를 쓰는 것도 떠드는 것도 이바라인 것 같았다. 샤프를 한 손에 들고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다.
“손이야. 역시 손이 문제야.”
“그렇구나. 손 말이지.”
사토시가 짐짓 심각하게 끄덕였다.
“얘는 오른손을 못 써… 아니 심리적으로 쓰는 걸 거부할 테니 그 점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복선이 될 거야.”
“그렇구나. 복선 말이지.”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요네자와 호노부
행동 묘사가 먼저 나옵니다. 하나! 둘! 대화가 오간 뒤에 캐릭터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묘사해주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는 겁니다. 다시 또 대화가 하나! 둘! 나옵니다.
행동 묘사를 섞으면 장점이 여럿 있습니다. 말과 행동이 다르게 해서 긴장감을 줄 수도 있고요. (말은 심드렁하하면서 vs 표정은 심각한 척) 캐릭터 성격을 더 세심하게 묘사할 수 있죠.
게다가 말과 달리 행동은 상상할 수 있습니다. 마치 말풍선만 있는 만화에 사람을 그려준 것처럼 생생해집니다.
* *
일단 이 정도입니다. 저도 소설을 쓴지 얼마 안되서요. 왠지 자아성찰하는 기분입니다. 앞으로 계속 재미있는 이야기 써주시길 바랍니다. 일상 미스터리 부흥을 외치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