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는다고 날아오는 돌멩이가 사라지진 않는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안드로이드 (작가: Oo, 작품정보)
리뷰어: 후더닛, 17년 12월, 조회 87

독자가 읽으면서 가지게 되는 선입견의 맹점을 노리는 작품입니다.

소설 말미의 반전에서 저처럼 ‘아!’ 하실 것 같습니다. 이런 전개상의 반전을 밝히는 것도 ‘스포일러’가 될까요?

혹시 그럴지도 모르기에 일단 줄거리부터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정을 가진 한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그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지요. 그에겐 최근에 잃어버린 아내가 있습니다. 아내를 잊지 못해 아내 모습과 성격 그리고 습관까지 빼다 박은 안드로이드를 아내로 삼아 지내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모든 면에서 아내와 똑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자신을 전혀 살갑게 대해주지 않는 것만 빼면.

차가운 안드로이드 아내를 보다보면 절로 예전의 아내가 그리워집니다.

같은 병원에서 원무과 직원과 간호사로 근무했던 그들은 독서 모임이 매개가 되어 사랑을 시작했고 결혼에 이르렀습니다. 자상한 아내는 남편에게 정말 잘했습니다. 아내 입장에서 무책임하게 보일지 모르는 남편의 꿈도 응원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만큼 아내로 인해 사랑의 따스한 체온을 느꼈기에 지금의 변화가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대체품으로 메워질 수 없는 상실감의 냉기일까요?

아니면, 원본과 완전히 똑같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이기에 남편이 몰랐던 아내의 어떤 면모가 안드로이드가 되자 더욱 증폭된 것일까요? 이처럼 이 소설은 안드로이드 아내의 변모를 강조하는 순간에서 스릴러든, 호러든 어디로도 튈 수 있었습니다. 저도 슬쩍 그런 것을 기대했구요. 하지만 소설은 전혀 다른 전개를 보여주더군요. 물론 그것은 반전이니까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생뚱 맞을 지도 모르지만 제가 생각한 이 소설의 주제랄까 거기에 대한 얘기로 바로 뛰어들겠습니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잘못을 합니다.

우리는 불완전하기에 멀리 내다 보지 못하고 눈 앞의 것에 현혹되기 쉽고 감정에도 많이 휘둘립니다. 내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도 잘 알지 못합니다. 대개 그것을 깨닫는 때는 이미 잃어버리고 난 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때가서 가슴을 내리치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통박하고 저주 합니다만 이미 엎지른 물을 주어 담을 수는 없습니다. 이 때 보다 현명한 길은 이 잘못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다시는 그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일 겁니다. 그러나 정반대의 방법을 취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질렀던 잘못을 아예 없던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입니다.

 

타조란 동물은 적에게 쫓기면 그 빠른 다리로 달리지 않고 고개를 땅 속에 파묻는다고 합니다.

자기 눈에 안 보이면 있던 위험도 없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눈을 감는다고 날아오는 돌멩이가 사라지진 않으니 이런 타조의 행동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잘못에서 교훈을 배우지 않고 아예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 역시 이 타조와 같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시간 이런 사람들을 참 많이 봐왔습니다. 특히나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가 저지른 일들을 통해서 말이죠. 그들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보여준 모습, 진실을 알고자 원하는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이 저는 이 소설의 주인공 모습과 똑같다고 생각되는군요. 그들도 어떻게든 자기 눈을 가리고 남들 눈을 가리면 위기는 없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결국 돌멩이는 사라지지 않았고 더 커다란 바위가 되어 눈탱이 밤탱이가 되었죠.

자신이 저지른 잘못 앞에서 자기 보호 욕망은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자기 보호에 있어 거북이 마냥 자신이 만든 단단한 껍질로 쑥 들어가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폐의 선택이 결국 가져오는 것은 비례하여 더 커지는 후회와 파국 뿐입니다. 소설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실로 감정이 메마른 안드로이드는 아내가 아니라 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변화하려 하지 않는 남편인 것을.

반전이 억지스럽지 않도록 이야기를 무리없이 잘 이끌어 나간 소설로 생각됩니다. 더하여 설정을 어떻게 추가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는 이야기로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좀 더 발전된 이야기로도 만나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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