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호랑거미는 누가 다 치웠을까?’ 감상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그 많던 호랑거미는 누가 다 치웠을까? (작가: TOKI, 작품정보)
리뷰어: 화룡, 17년 12월, 조회 43

먼저 개인적인 고백을 하지요. 예전에 리뷰 공모가 올라온 걸 보고 한 번 읽어보려 했습니다만 끝까지 읽지 못했습니다. 이 글도, 전의 글도, 그 전의 글도… 자유게시판의 푸념을 듣지 않았다면 어쩌면 계속 읽지 않았을수도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돌려서 말했지만 솔직히 리뷰를 골드코인 받으려고 하지는 않지요. 물론 그 많은 글들 중 골드코인 까지 걸고 공모를 내신 분들의 글에 손이 먼저 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글을 다 읽을지, 그리고 거기에 대한 감상을 쓸지 말지는 온전히 작품에 달려 있지요.

이렇게까지 말씀드리면 벌써 짐작하셨겠지만, 재미있는 글이 아닙니다. 물론 여기서 재미는 말초적인 재미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작품을 계속 읽게 만드는 매력을 말하는데, 그런 힘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재미가 없냐고 물으신다면 (사실 그걸 가장 듣고 싶으시겠지만) 딱히 답할 말이 궁해서 더욱 문제입니다. 뭔가 분명하게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그걸 지적하면 되는데 또 그런 부분이 애매하거든요.

그래도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면, 먼저 다루고 있는 주제가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TOKI 작가님의 단편 작품들을 보면 주로 사회문제 – 세월호/노동자의 죽음/청년 취업난 등등- 를 다룬 작품이 많은데, 놀랍게도 이 주제들을 별다른 여과 없이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쉽게 가자면 똑같은 이야기를 판타지 세계관만 슬쩍 입혀놓아도 판타지를 통해 우리 사회 문제를 비유적으로 잘 표현했네요라고 한 마디 드릴 수 있는데, 그런 것 없이 날것 그대로의 묵직한 주제를 그대로 던져줍니다.

그리고 날것일수록 요리사의 솜씨가 극명하게 드러나지요. 잘 하는 횟집과 못 하는 횟집의 차이가 어디 다른 반찬에서 나오겠습니까.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준비해서 뛰어난 칼솜씨로 잘라 내는게 중요한데 이는 기본기라 그 어떤 속임수도 통하지 않습니다. 전작인 ‘차라리’를 보면 답답한 청년 노동자의 현실을 그대로 던져주어 독자도 답답하고 속이 메는 기분에 빠집니다. 그걸 재미있게 읽으려면 기본기, 즉 문장의 호흡이나 표현력 등이 뛰어나야 하는데 그건 하루이틀 사이에 쌓아올릴 일이 아닙니다. 인터넷 보면 별거 아닌 이야기인데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썰’을 잘 푸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것은 타고나거나 아니면 오랜 시간의 경험이 쌓인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죠. 아직 어색한 문장이나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사용 등으로 문장 자체에 지적할 점이 많이 보임에도, 별다른 시도 없이 정공법을 택한 것 자체가 문제의 하나라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사건에 관련된 특정 인물 집단들을 양이나 고래, 거인 등으로 표현한 ‘기억해주세요’의 접근 방식이 좋았던 것도 아닙니다. 솔직히 너무 직접적이고 적나라해서 유치하다고 느낄 정도였으니 자꾸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한편 본작 ‘그 많던 호랑거미는 누가 다 치웠을까’ 에서는 그나마 호랑거미와 작중 주인공을 대비시키며 비교적 건실한 이야기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이 역시 아직 투박하고, 소설이라기 보다는 픽션 수필에 가까운 느낌으로 남아있지만 호랑거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주인공은 꽤 현실감을 갖고 다가왔습니다. 회사 이름도, 분야도, 주인공의 전공 이야기도, 면접 대화 내용 없이 너무나 흔하게 뭉뚱그려진 피상적인 면접 이야기에 비해 그 끈질긴 거미 이야기는 좀 더 구체적이고 살아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기왕이면 주인공도 취업난에 고생하는 청년 1이 아니라 좀 더 현실감있는 한 명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차라리’가 약간이나마 더 좋았습니다.

쓰기 어려운 주제에 꾸준히 도전하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다만 어려운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좀 더 쉽게 읽힐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그 정말로 어려운 일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며 나아가시는 길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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