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를 잃어버린다는 것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빨간 열쇠를 줍지 마 (작가: 구름사탕, 작품정보)
리뷰어: 소시야, 17년 12월, 조회 83

구름사탕님의 이 작품 전반에는 열쇠가 등장한다. 그러므로 열쇠를 중심으로 분석을 해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이 열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는 과정은 꽤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생각했을 때 열쇠는 무언가를 여는 도구이다. 정확히는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잠금장치를 단 무언가는 뭘까? 여기서 난 사람을 떠올렸다. 그럼 사람이란? 그냥 사람 모양의 고깃덩어리를 보고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혹은 하나의 개체? 나는 사람이란 하나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나’는 외형뿐만 아니라 사고방식, 습관, 판단 기준, 행동 양식 등 아주 복잡한 규칙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우리가 세계라면, 몸과 마음은 그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 문에 잠금장치가 달려있다.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함부로 짓밟지 않도록.

결론적으로 열쇠는 자신을 누군가에게 연다는 상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열쇠야 말로 이 소설의 최고 묘미다. 주인공의 사정. 그리고 Y의 심리와 주인공이 Y를 좋아하는 이쁜 마음…. 마지막에 퍼즐처럼 그 모든 것이 이해된 순간에 공감이 되었다. 나도 동경으로 사랑을 시작하는 편이라, 좋아하는 사람의 멋진 모습을 보고 있으면 샘나는 게 아니라 그냥 너무 멋있고 따라가고 싶고 조금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 그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하게 큰 행복이고 열쇠를 자꾸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 표현이 정말 멋있다.

한편 자신이 상대방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는 좋아하는데, 너는 좋아하는 게 맞는지…. 내가 상대방이 될 수 없기에 벗어날 수 없는 의문. 확신이 점점 사라지는 순간이면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상대방에게 못되게 굴게 될지도 몰라. 너는 나를 너무 힘들게 하니까. 차라리 정말로 싫어한다면 내가 덜 아플 것 같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난 Y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정당화 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지만.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사정. 사람이 사람을 받아들이는데 생기는 공포는, 어린 시절부터 보았던 풍경과 겪었던 경험이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말하고 나니 되게 프로이트 같은데, 이론적인 부분까진 모르겠고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날 돌아봤을 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여기 주인공은 Y를 만나고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 정말 다행이다.

내용적인 부분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하나가 있었다. 작중에서 Y와 ‘나’는 어느날 거리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어쩌다 한 학교 사람인 걸 알고 친해졌는 지에 대한 부분이 빠져있다. 어떻게 보면 필요한 장면은 아닐지 모르지만 궁금했다. 사소한 다른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조사가 안 맞았던 문장 정도?

 

이 작품에서 취하고 있는 조각난 장면을 보여주는 듯한 형식은 꼴라주 같다. 혹은 추상화. 혹은 한 편의 영화. 이렇게 했을 때 가장 좋은 점은 깔끔하다는 것 아닐까? 표현하고자 하는 것만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좀 더 의도에 맞는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으니까. 또 이건 취향이 꽤나 갈리겠지만, 퍼즐을 맞추거나 추리하는 재미가 있고. 개인적으로 두 특징을 잘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 두 번 읽었을 때 더 좋았고, 리뷰를 쓰면서 한 구절 한 구절 뜯어보았을 때 더 진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구름사탕님의 다른 작품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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