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이 감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감상

대상작품: 이화령 (작가: 이시우, 작품정보)
리뷰어: BornWriter, 17년 12월, 조회 96

매우매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우매우 스포일러 함유합니다.

매우매우 매우매우 매우합니다(?)

 

내가 브릿G에 와서 처음 읽은 단편이 이화령이었다. 나는 천성이 남의 글 잘 안 읽는 머저리인데, 자유게시판에 이화령의 칭송이 가득하여 이런 나 조차도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술님과 브릿G의 수준에 압도당했다. 여기서 나는 글 실력으로는 비벼볼 수도 없겠구나 싶었다.

그러다 이제야 리뷰를 쓰는 까닭은 브릿G 300일 기념 퀴즈 덕분이다. 이화령에 나오는 라이딩 어플의 이름이 도무지 떠오르질 않는 것이다. 처음에는 라이딩 어플의 이름을 찾고자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3월에 나는 리뷰어가 아니었으나 12월의 나는 파파파 파월 리뷰어다.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의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야밤의 자전거 라이딩에 미치광이를 하나 끼얹었다. 그런데 그 미치광이의 존재 덕분에 이 작품은 구조가 단순함에도 쉽게 결말을 드러내지 않는다. 끝까지 가보기 전에는 그 무엇도 알 수 없다. 주인공은 위급한 상황에서만 튀어나온다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전성기 시절의 랩타임보다도 몇 초 정도 앞당긴다. 그리곤 내려오는 길에서 미치광이를 죽여버린다.

죽여버리려고 했던 걸까. 확실하지는 않다. 주인공은 그저 자전거를 집어던졌을 뿐이고, 미치광이는 내달리다가 자전거에 부딪혀 절벽 밑으로 떨어졌을 뿐이다. 둘 사이에 인과관계는 있어도 그 모든 것이 주인공의 의도였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어쩌면 의도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이 너무나도 태연하게 자전거를 일으켜 타고 가버리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사람 하나가 절벽 밑으로 가버리셨는데 이토록 태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거 하나를 제외하면 나는 이 작품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다. 칭찬과 칭찬 사이에 칭찬을 쑤셔넣는 리뷰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결말에서의 주인공은 방금 사람 하나 죽여놓은 것 치고 너무 태연하게 느껴졌고, 결말이 작품 전체적인 감상을 지배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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