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블랙의 실패를 곱씹으며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판타스틱 와일드 웨스턴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BornWriter, 17년 11월, 조회 251

매우매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우매우 스포일러 함유합니다.

매우매우 매우매우 매우합니다(?)

 

우선 이 리뷰가 1부의 내용과 두 개의 외전을 읽고 쓰여진 것이라는 것을 명시해두고자 한다. 2부의 내용은 들춰본 적도 없다. 내가 여기서 지껄이는 모든 이야기에 2부는 관련없다. 그 점을 미리 밝힌다.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나의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요즘은 작품의 글자수에서마저 가성비를 추구하려드는 세상이다. 그런 흐름에 맞지 않게 묘사의 디테일이 충분하여 나는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나의 독서는 쉬이 나아가질 못했다. 10화 쯤에서 멈춰섰고, 한 번 멈추니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가 않아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그것이 이상한 까닭은, 내가 다시 11화부터 이어보고 싶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화에서부터 10화까지의 내용은 정말 재미있었고, 또한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대해 심리적 거부감이 들었던 것은 단순히 이 작품이 재미가 없었다 뭐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잠깐만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틀어보자. 요즘 헐리우드에서 나오는 격언 비스무리한 것들 중에 이런 것도 있다. 모든 헐리우드의 흥행작은 그 스토리를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판타스틱 와일드 웨스턴의 스토리 역시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마을을 잃은 엘프가 복수를 위해 혈적룡을 찾아간다.’ 그 외의 모든 내용이 혈적룡을 찾으러 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나 심플한 스토리다.

이 심플한 스토리를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갈등구조가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엘프의 갈등은 혈적룡이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터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인물들 사이에 평화는 없다. 모든 인물이 모든 인물에 대해 갈등을 지니고 있다. 이 점이 독자로 하여금 계속하여 읽게 만드는 원동력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자꾸 재미있다고 그러면서 왜 나는 11화부터 이어보지 못했는가. 그 심리적 거부감의 이유는 문체 때문이었다. 내가 칭찬했던 그 문체가 거꾸로 내 목을 죄었다. 세세한 디테일을 모두 챙기면서 나아가다보니, 내가 읽는 속도에 비해 스토리의 진행이 더뎠다. 내용에 비해 문체가 너무 진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나는 신라면이 먹고 싶은데, 자꾸만 신라면 블랙을 준다. 보양식이 먹고 싶었으면 신라면 블랙이 아니라 닭백숙을 먹고 말지. 불량식품을 먹고 싶을 때는 불량식품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신라면은 불량식품이 아니고, 이 작품 역시 불량작품이 아니지만 말이다.

그 심리적 거부감을 넘어서 계속 읽어보았다. 개인적으로 유쾌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까닭에 보안관 클라크가 후반에 다시 등장한 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랬더니 이제는 결말이 말썽이다. 앞부분의 문제가 엄청 재미있는 내용에 세세한 디테일을 끼얹은 것이었다면, 후반의 문제는 캐릭터성의 붕괴에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 내내 엘프는 혈적룡에게 끝을 알 수 없는 적의를 보인다. 그 적의가 엘프의 캐릭터성 자체였다. 그런데 혈적룡 앞에서 엘프는 너무 맥 없이 복수를 포기해버린다. 복수를 포기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1부의 마지막이 그렇게 끝났으니까.

하지만 엘프의 캐릭터성은 이미 붕괴했다. 그리고 거기서 갈등이 뚝 끊어져버린다. 작가는 계속하여 ‘아직 복수를 포기한 건 아냐’라고 하지만, 글쎄, 독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혈적룡과 엘프가 테이블 사이에 두고 마주보면서 차를 홀짝이는 그 상황 자체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본다. 총알 몇 개로 어떻게 해볼 엄두가 나지 않는 상대라니, 그걸 지금까지 몰랐다고 말할 건가!

 

외전 두 편은 외전이 갖춰야 할 덕목을 고루 갖추고 있다. 작품의 메인스트림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연관은 되어있으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판타스틱 와일드 웨스턴이 입소문을 타니까 404 님이 결말을 비틀어버린 게 아닐까. 원래는 단권으로 끝나야 할 작품이 그 인기 때문에 명예롭게 끝나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닐까. 마치 데스노트 작가들이 1부에서 끝내고 싶었는데 그 인기 때문에 2부를 연재해야 했던 것처럼.

잘 모르겠다. 나는 404 님이 아니니까. 이 연재 작품이 어디서 어떻게 끝을 맺게 될 것인지는 예상조차 할 수 없지만, 부디 1부 결말을 만회할 만큼의 멋진 결말로 끝을 맺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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