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안경 토끼와 밤의 비밀 여행 (작가: 조제, 작품정보)
리뷰어: , 17년 11월, 조회 111

안경을 쓴 송이는 기분이 나쁘다. 눈이 나빠져서 안경을 썼지만 ‘코도 아프고 친구들이 놀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송이 앞에 ‘송이와 똑같은 안경을 쓴’ 안경 토끼가 나타난다. 의기양양한 안경 토끼는 송이에 속삭인다. 안경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꼭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니야.’

안경을 썼기에 안경 토끼를 만나게 된 송이. 안경을 벗으면 평범한 토끼처럼 보이는 안경 토끼. 안경 토끼는 송이에게 말한다. ‘너 같은 아이를’ 찾아 왔다고. 이 두 친구의 즐거운 ‘비밀 여행’은 여기서 시작한다. 안경을 쓰기 전엔 볼 수 없었던 ‘보이지 않는 길’을 건너 ‘신호등 사람들’을 만나며 송이는 어느새 자신의 안경을  부끄러워하거나 불편해하지 않는다. 

이 동화가 빛나는 두 지점 중 첫 번째는 ‘보이지 않는 길’을 온전히 송이의 용기로 건넌다는 데에 있다. 안경 토끼가 배가 고파 먼저 가버렸어도 ‘혼자 내려가기엔 겁이 났지만’ 종종걸음으로 그 길을 나선다. 두 번째는 안경 토끼가 그런 송이를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 준다는 것이다. ‘낮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비밀 여행’을 떠나지 못하면 또 어떤가. 그런 날은 ‘솜방망이 같은 앞다리’를 가진 안경 토끼가 송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신기한 그 목소리로 불러주는 노래에 그저 눈을 감아도 좋다. 

좋은 작품을 마주했을 때 작가에게 건필을 빈다고 한다. 부디 그 훌륭한 솜씨로 또 한 편의 작품을 세상에 내어 주십사 부탁을 드린다. 하지만 <안경 토끼와 밤의 비밀 여행>에선 작가 대신 송이와 안경 토끼, 두 친구에게 행운을 빌고 싶다. ‘눈물이 방울방울 나올 정도로’ 슬픈 날이라도 언젠가 펼쳐질 새로운 ‘비밀 여행’을 포기하지 않기를 빈다. 그 길엔 언제나 ‘하늘 위의 은하수’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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