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계절을 나는 방법을 읽고 – <죽은 친구>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함께 계절을 나는 방법 – 이별유행 (작가: 이융희, 작품정보)
리뷰어: bard, 17년 11월, 조회 70

무슨 말을 쓰면 좋을지 몰라서 소설의 형식을 빌려서 리뷰를 해 보았습니다. 아래는 리뷰 겸 단편입니다.

***

갑자기 그녀가 역 앞의 코메다 커피에서 보자고 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연락도 없었고, 라인의 메시지도 읽지 않던 그녀였다. 이번에는 또 무슨 바람이 분 걸까? 갑자기 연락을 해 온 것을 보면 우리의 관계를 바꿀 만한 중요한 이야기를 준비했을 것 같았다.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지망대학의 합격 발표를 보러 가는 기분으로, 나는 겨울을 맞아 새로 산 카키색 롱코트를 입고 역 앞으로 향했다.

커피점에 들어가자 바로 앞에 핸드백을 탁자 위에 올려두고 책을 읽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말 없이 반대편의 좌석에 앉았다.

“이제 그만 나를 놓아줬으면 좋겠어.”

책을 내려놓으며 그녀가 말했다. 그럴 줄 알았다. 나는 짧게 반문했다.

“왜?”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대답한다. 분명히, 내가 기억하기로는 처음의 두 사람은 서로를 존중하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이제 서로가 서로의 눈을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형장에 몰려든 무지한 군중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지금 “왜?”라고 물어본 거야?”

“그렇다면?”

“왜냐니? 넌 항상 나를 만나면 죽은 친구 얘기밖에 안 하잖아. 그거 진짜 짜증난다고. 죽은 친구가 어쩌구저쩌구, 죽은 친구가 뭘 좋아했는데 그건 그래서 어쩌구저쩌구. 항상 같은 말만 반복하는데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라는 거야?”

맞는 말이었다. 나는 사과했다.

“미안해.”

“됐어. 이제 그만 만나자.”

“알았어.”

“나 갈게.”

“어.”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핸드백을 챙겨 들고 카운터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죽은 친구는 어쩌자고 저런 애를 좋아했던 걸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카운터로 가 보니, 내가 주문한 커피 값을 그녀가 냈다고 한다. 나는 자리로 돌아와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에 코트와 가방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쌀쌀한 오후였고, 하늘은 약간 흐려서 이제 곧 비가 내릴 것만 같았다. 일주일 뒤에 그녀로부터 전화가 올까? 아마 오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우선 내 전화번호를 삭제하고, 라인을 비롯한 메신저에 있던 이름도 삭제한 뒤에 우리가 나눴던, 한때는 우주가 끝날 때까지 영원하리라고 믿었던 사랑의 속삭임을 포함한 문자를 하나하나 지울 것이다. 나는 역의 계단을 오르며 친구가 그녀에 대해 말했던 사랑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내가 고백하고 싶은 여자가 이 세계에 한 명 있어. 그게 누군지 맞춰봐.”

“맞추고 싶지 않아.”

친구는 장화 신은 고양이의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에게는 일곱 개의 죄악이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 나태Pigritia와 색욕Luxuria이 언제나 나를 괴롭혀 왔지만, 이번에 나를 유혹하는 죄악의 이름은 조금 달랐다. 그것의 이름은 시기Invidia였다.

“너는 나를 좋아하는 것만큼 그녀를 좋아하고 있어. 하지만 나도 그녀를 좋아해. 미안해, 이 문제에서 나는 너를 위해 그녀를 양보할 수 없어.”

“아니야.”

나는 맥없이 말했다. 나는 그녀보다 친구를 더 좋아했다. 그와 자고 싶었다. 지금이라도 그와 함께 푹신한 침대와 따뜻하고 부드러운 솜이불 속에서 자는 상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친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고, 나는 방금 그녀와 헤어졌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죽은 친구를 보러 센다가야까지 전차를 갈아타며 묘지를 방문하는 일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이제 이런 일은 그만두자. 그게 나와 친구를 위해서도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인간은 죽어버린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다. 살아 있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살기에도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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