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 <비공개 안건>이 ‘브릿G’에서 많은 인기가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서점에 가서 난 누구나 읽는 베스트셀러 따윈 읽지 않아, 하며 메인 공간을 그냥 스쳐지나가는 그런 괜한 객기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 물론 읽으려고 시도는 했었으나, 초등학생이 등장하고, 학급회의라는 상황이 나오고, 또 그 안건이 귀신이라는 사실에 그리 흥미가 가지 않았다. 어릴 적 경험했던, 너무나도 당연한 소리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반복하여 이야기하던, 그런 뻔한 학급회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어떻게 하다 보니 다 읽게 되었고, 또 이런 허접한 글까지 쓰게 되었다. 대박~!! 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몇 번이나 하면서 말이다.
형식적인 학급회의를 마치고 난 후 반장인 성재는 칠판에 ‘귀신’이라는 두 글자를 쓰고 비공개 안건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학교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고, 실제로 그 귀신을 본 아이들도 나타나게 되면서 학교가 떠들썩한 상황이다. 이에 학급회의에서 이 일을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당장 해결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귀신이 무섭다고 학교에 안 나올 수도 없는 일이다. 그저 왜 귀신이 나오는 것이며 그 이유가 뭐고 또 그 귀신의 정체가 뭔지를 알아보자고 이야기를 꺼낸 것인데, 결론적으로 반장인 성재와 윤희가 이 일을 알아보게 되는 임무를 받게 되고, 놀라운 추리로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는 이야기가 <비공개 안건>이다.
성재와 윤희의 귀신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축으로 또 하나의 이야기가 더해지는데, 바로 승아의 이야기이다. 좋아하던 언니가 죽고 우연히 언니와 닮은 아이와 만나 친하게 지내게 되는 승아를 중심으로 또 다른 이야기가 그려지는 것이다. <비공개 안건>은 이 두개의 이야기가 교차로 나오게 되고, 결국에는 그 이야기들이 하나로 만나게 되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예상하지 못했던 커다란 반전도 함께 한다.
사실 이런 반전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두 이야기의 접점이 어디일까를 나름 추리해보며 읽어나갔을 뿐인데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온 펀치에 한방을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물론 그 한 방이 그리 기분 나쁜 한 방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분 좋은, 그저 놀랍고 또 즐거운 그런 한방이랄까?! 사실 다 읽고 보면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아니 언젠가 읽은 적이 있는 그런 스타일의 트릭이다. 분명 트릭 자체가 완전 새로운 것은 아니다. 어떤 유명한 소설의 제목만 말하면 충분히 어떤 트릭인지 간파할 수도 있을, 그런 트릭이자 반전이다. 그럼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것은 그런 것과는 별도의 탄탄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 탄탄함을 자연스럽고 깔끔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반전도 놀랍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런 추리가 초등학생들의 능력으로 가능하겠느냐는 현실적인 의문이 들기도 하는 이야기이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그냥 넘어가도 괜찮을 만큼의 다른 장점들이 많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어도 놀라울 만큼의 치밀함은 물론이고,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벌어지지 않아야 할 상황이 벌어지는 모습을 통해서 단순한 호러 장르에서 사회파 미스터리의 영역으로 까지 범위를 확장시키는 듯한 의도까지 좋게만 다가왔다. 특히나 귀신은 사람을 해칠 수 없다는 말은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로 느껴져 이야기의 보다 큰 의미가 더 또렷하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
뒤늦게 읽게 되었지만, 이 작품을 왜 이제야 읽게 되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역시 인기 있는 작품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차곡차곡 쌓여서 어느덧 양껏 쌓여버린 ‘브릿G’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어떤 것을 먼저 읽어야 하나, 라는 곤란을 겪고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작품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