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찌든 캐릭터를 구성하는 방법 의뢰(비평)

대상작품: 도서관 사서 에밀리 힐덴베르크의 우울 (작가: BornWriter, 작품정보)
리뷰어: 쎄씨, 17년 10월, 조회 86

저는 이 소설을 큰 주제가 있는 소설이라기보다는 배경과 캐릭터를 제공하고 그 설정을 즐기는 소설로 봤습니다.

도서관을 마치 퀘스트를 수행하는 게임의 던전같은 느낌으로 앍었습니다.

또한 에밀리라는 캐릭터는 사서라는 단어가 주는 전문적이고 고상한 느낌과 달리(편견이긴 하겠지만) 일상에 찌든 느낌이 납니다. 대놓고 말하자면 이미 자식을 낳고 가족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억지로 살아가는 가장의 느낌이 났습니다. (제가 결혼한 것도 아니고, 자식을 본 것도 아니지만)

그래서 에밀리는 무기력합니다. 여기에 무례합니다. 그럼에도 괴물에게 한 팔이 뜯겼음에도 태연하게 대처하는 상황에서 시간이 쌓이면서 자동적으로 깃든 대처력이 보입니다.

이렇게 도서관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에밀리를 보는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에밀리의 캐릭터 성도 독특하고, 배경 역시 상당히 독특한 지라 상당히 쉽게 읽히는 소설이었습니다.

 

다만, 이 캐릭터 성을 쌓아가는 과정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인데요. 저는 이 소설이 라이트노벨이었으면 이렇게 평하지 않았겠지만, 이 소설을 라이트노벨로 생각하고 쓰시진 않았을 것 같아서요. (일단 성별 막론하고 미인들이 안 나오는걸요.)

에밀리가 ‘손님 불알이 두쪽 나도 그 책을 읽어야하나요?’ 라고 책을 빌리러 온 손님한테 묻는 장면이요. 에밀리가 무례한 캐릭터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꼭 들어가야할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라이트노벨을 많이 읽기 때문에 서비스씬에 대해 관대한 편입니다. 왜냐하면 그건 ‘책을 팔아먹겠다’ 라는 의도가 있거든요. 이게 옳냐 옳지않냐는 여기서 얘기할 건 아니니 여기서 줄이고…

하지만 그런 저의 경우도 상업성과 작가의 의도 두 쪽 다 ‘불필요한’ 표현의 경우 꺼려지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는 특히나 이런 표현이 굳이 필요한지 모르겠더군요.

오히려 에밀리의 입담은 일상에 찌들어 벌써 중년인 듯한 한 느낌을 넘어서, 성희롱이 일상이 된 중년 남성의 느낌이 났습니다.

털털하고 무례하고 일상에 파묻힌 에밀리의 캐릭터 성을 보여주는데는 다른 표현도 있을텐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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