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가 없다고 입다물면 진실은 결코 드러나지 않죠,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증거 시리즈 – 증거가 없으니 입을 다물 수 밖에 (작가: 반도, 작품정보)
리뷰어: 그리움마다, 17년 10월, 조회 69

인생에 가장 즐거웠던 기억이라하면 저로서는 고등학교시절을 들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는 거의 기억이 없고 중학교때에도 시절이 그래서 그런 지 공부했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입학할 당시에는 정말 치열하게 공부해야만 인문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거덩요, 제가 살던 지역에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200점 만점에 180점이 넘어야만 되는 치열한 경쟁이었던 곳입니다.. 뭐 하기사 88올림픽이 열리기도 전의 과거니까 패스, 그렇게 미친 듯이 공부해서 유명한 지역 고등학교에 입학해보니 모인 놈들이 다들 중학교에서 난다긴다하는 애들만 모였다보니 한순간에 공부라는 친구와는 사이가 멀어지고 멀어진 사이를 공부안하는 친구들이 메꿔주더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3년간 무척이나 즐거운 고딩시절을 보냅니다.. 희한하게 지금까지 만나는 친구들도 고딩친구입니다.. 수십년동안 이넘들과 만나면서 3년동안 그중에서도 마지막 3학년시절의 이야기를 하고 또하고 자꾸 하면서도 지겹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그시절을 또렷이 기억하는 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 시절은 남녀공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전무했습니다.. 그렇다보니 남자들만 모인 학교의 분위기가 군대와 뭐가 달랐겠습니까, 하기사 교련이라는 과목도 있었으니 뭐,,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교실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때에는 굳이 서로를 탓하고 누군가를 밝혀내기보다는 피해를 본 놈이 잘못되었다는 인식과 함께 서로 토닥거리며 넘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오히려 가해를 하거나 밝혀지지 않은 누군가가 스스로 미안해할 여건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죠, 물론 뒤늦게 진실이 밝혀진다손 치더라도 굳이 지나간 일을 사과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그렇게 어울림이라는 공동체의 생활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왕따라든지 누군가를 단체로 해를 입힐 목적으로 악의적 가해를 하는 행동도 그렇게 많지 않았구요, 물론 폭력적인 행위는 심했지만 누군가를 정신적으로 핍박하진 않았던 것 같은 기억입니다.. 역시 당하는 누군가는 저의 생각과는 다르게 아픔과 고통을 기억속에 간직했을 수도 있지만 제가 떠올리는 기억속의 고딩생활은 충분히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네요, 슨생들의 더러븐 행위는 굳이 떠올리지 맙시다.. 그 시절은 학생의 상호 폭력보다 슨생의 일방적인 폭력이 합법적으로 행해지던 드러븐 시절이었으니,

즐겁고 행복한 소설을 읽다보니 또다시 그시절이 생각이 났습니다.. 파릇파릇한 고등학교를 입학한 며칠동안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입학하고 제가 느꼈던 그 어색함과 자연스럽게 친해졌던 친구들이 생각나더군요, 물론 그 입학때 처음 말을 나눈 몇몇 친구가 여태껏 제 옆에 있죠, 여하튼 이 작품은 막 입학한 고딩인 나와 이은이라는 한 여학생이 벌이는 미스터리적 상황의 해결과 관련된 에피소드라고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이야기는 나의 시점과 심리를 중심으로 진행이 됩니다.. 중학교 교실에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고 이에 대한 추리를 선보이며 누군가가 범인을 알아냈다고 말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하죠, 그리고 현실에서 깨어난 나는 또다른 누군가가 교실의 교탁에 서서 범인을 알아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3일째 종례를 마치고 한 여학생이 오늘 낮에 발생한 지갑 분실사건에 대한 추리를 선보이며 범인을 밝히려고 하는 겁니다.. 체육시간 남녀공학이니 남자들은 죄다 모여 탈의실로 향합니다. 하지만 탈의실이 협소하여 라커가 몇 개 되지 않죠, 일찍 온 아이들은 라커를 이용하지만 나머지는 바구니에 담기에 급급합니다.. 나 역시 어쩔 수 없이 뒤늦게 혼자 남아 교복을 쌓아두고 갈아입은 체육복으로 나서려는 찰나 종은 울리고 급하게 나서면서 나와 함께 유일하게 이 고등학교로 입학한 이은과 부딪힐 뻔합니다.. 그렇게 체육시간이 지나고 탈의실에서는 한 아이가 자신의 지갑이 분실된 사실을 알게 되죠, 아마도 이은은 자신의 추리적 능력을 선보이고자 나름 범인 색출에 노력을 했다 봅니다.. 그리고 그녀가 밝혀낸 추리적 진실에 대해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나는 의문을 제시하면서 진실은 조금씩 꼬여가기 시작합니다..

일단 재미있어요, 작가님께서 추리와 미스터리의 연결고리와 구성적 측면에 대한 개연성을 인물의 입장에서 나름 잘 풀어내신 것 같습니다.. 조금 가볍고 전문적인 추리적 기법은 아니더라도 캐릭터의 심리와 입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상황과 조화롭게 섞이는 방식의 구성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의 설득력에 있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의 기본은 증거에 있음을 우린 압니다.. 아니 누구나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근거가 없이 아무렇게나 떠들고 진실인냥 소리쳐봐야 아무도 들어주질 않죠, 최순실의 모든 진실이 감춰진 상태에서 그동안 심증과 소문적 형태로 드러났던 진실이 태블릿 pc라는 단 하나의 증거로 봇물 터지듯 전개된 것만 봐도 이 작품의 제목처럼 증거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우린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죠, 이 작품도 아주 가볍고 편안한 학창시절의 단순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지만 이 내면에 숨겨놓은 사회적 비판과 관련된 메타포는 상당히 날카롭습니다.. 누군가의 아무렇지도 않은 한마디의 근거없는 내뱉음이 무고하게 피해를 입은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상처로 남을 수 있으니까요,

이 소설은 이런 이야기를 전반에 깔고 진행을 합니다.. 하지만 소재로 삼고 진행되는 상황의 이야기는 아주 단순하고 가볍고 말그대로 학창시절 또래의 아이들에게서 일어날 수 있을 코지한 상황적 재미가 가득합니다.. 심지어 주인공의 시점조차 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아이의 시점 그대로 느껴지는 현실감이 있습니다.. 이들의 대화도 또래의 느낌이 가득한걸보니 작가님이 그 시절을 지나오신 지 얼마되지 않으시려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아님 아직 그 시절에 계신분인가하는 생각이 들만큼 이 작품의 문장이나 대화는 느낌이 싱그럽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아저씨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여하튼 두명의 남녀 주인공이 주고받는 추리적 문답과 상황의 단서를 중심으로 하나씩 그 진실을 엮어가는 스토리는 코지식의 경쾌하면서도 편안한 학창 미스터리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조금 더 다듬어시고 추리적 방식과 전문적 방법론에 대한 구체적인 기법에 대해서는 고민해보실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제가 전문가나 작가적 입장이 아닌 아주 단순한 대중소설을 즐기는 독자로서 즐겁고 재미지긴한데 이런 류의 작가님의 작품을 또다시 읽는다면 전작에 대한 느낌이 남아있기 때문에 다음 작품에 대해선 좋은 점수를 드리지 못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바와 같이 제가 느낀 이 작품의 느낌은 고등학생의 입장에서 벌어지는 가벼운 터치의 미스터리의 즐거움 이상의 진지함이나 추리적 전문성은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후반부에서 밝혀지는 과거의 진실의 이야기가 어느선에서 끊어진 느낌을 봐서는 ‘나’라는 주인공의 과거의 이야기가 연작의 형태로 작가님이 선보여주실 의도가 있어 보이긴 한데(또 선보여주셨는 지도 모르겠지만) 추리나 단서의 미스터리적 기법에 대해서는 일반적이지 않고 말씀처럼 증거를 원칙으로하는 조금은 더 구체적이고 고민한 흔적이 있는 추리의 진정성이 보여지면 어떨까 싶습니다.. 뭐 그렇다고 이 작품의 추리적 방식이 어설프다는 것으로 오해하시진 마시구요, 전반적인 흐름의 풀이과정이나 설득적 방법론에서는 충분히 독자들에게 인식시켜주신 점은 대단히 칭찬해드리고 싶지만 추리의 전문적 영역에서는 조금 일반화된 대중적 이해를 넘어서진 못한 것 같은 개인적인 감상이라서 그렇게 말씀드린 것이니 비전문적 독자의 일방적 견해라고 보셔도 상관없겠습니다..

아이고, 작가님의 작품이 많으시네요, 제목들 또한 뭐랄까요, 흔하게 명사형이나 단조로운 형태의 문장이 아니라 구어적 느낌이 강한 문구라서 독특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제목보다는 앞으로 제가 읽어볼 작가님의 작품의 내용이 더 중요하겠지만 본 작품의 제목을 비롯해서 몇몇 작품의 제목은 상당히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기회가 되면 읽어보겠습니다.. 뭐 이 작품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하자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가볍지만 무게감이 있는 주제를 가진, 편안하지만 상당히 날카로운 입장을 내포한 재미진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 읽는동안 제가 다녔던 수십년 전의 고등학교 시절을 수시로 떠올리게 되었다는 점만으로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충분한 값어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연작이 이어진다면 이은과의 로맨스도 약간 기대해봐도 되겠구만요, 늘 건필하시구요, 응원합니다.. 좋은 작품 많이 보여주시고 멋진 작가님으로 거듭나시길 기원합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