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풍부해진 스포츠 연애물의 세계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라이벌 (작가: 샤유, 작품정보)
리뷰어: 노말시티, 17년 10월, 조회 112

터치, 러프, H2.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들입니다. 침대 옆에 탑처럼 만화책을 쌓아 놓고 이불을 뒤집어 쓰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죠. 동글동글한 그림체, 스포츠의 열정, 미묘한 감정 나눔에 설레였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이 글, <라이벌>을 비롯한 샤유님의 야구소설 연작을 보면서 오랜만에 그때의 기억과 가슴 떨림을 다시 꺼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 샤유님의 소설이 아다치 작품의 단순한 연장선이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결정적인 부분이 다른데요. 등장인물이 모두 여자입니다. 그렇다고 실존하는 여자 야구의 세계를 그린 건 아닙니다.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에서 알 수 있듯, 남자 야구의 스펙은 그대로 두고 성별만 여자로 바꾼 것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조금 의아하기도 했어요. 제게 익숙하지 않은 설정이다 보니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조금씩 읽다 보니 그 차이는 확실히 느껴졌고 야구 선수들이 남자였다면 만들어 질 수 없는 관계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의외로, 서로 나누는 감정들을 받아들이는 게 그다지 어렵진 않았어요. 그 미묘함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하기엔 무리겠지만요. 그리고, 이러한 관계 설정에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다치를 비롯해 남녀가 등장하는 작품에는 뚜렷이 구별되는 두 개의 감정이 나오죠. 사랑과 우정. 아다치의 작품에서처럼 묘사되는 농도가 진하지 않아도 그 두 감정은 분명하게 구분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관계도 정해져 있죠. 동성끼리는 우정, 이성끼리는 사랑. 게다가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선수는 모두 남자이기 때문에 그들 사이의 감정 나눔에도 자연스럽게 제한이 생겨 버립니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을 모두 여자로 통일시켜 버리니 그런 제한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만들어 지는 관계의 경우의 수가 훨씬 많아진거죠. 예를 들어 <라이벌>에는 같은 팀에서 뛰는 두 선수가 나옵니다. 라이벌이죠. 아다치라면 두 남주가 되겠네요. 두 선수를 응원하는 동생이 있습니다. 여주겠죠. 아다치의 작품에서는 두 라이벌이 여주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밖에 나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샤유님의 설정에서는 선수로 뛰는 두 라이벌의 감정 나눔이 굳이 동생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적으로 그려질 수 있습니다. 샤유님의 작품 역시 등장인물 사이의 감정이 진하게 묘사되지는 않습니다. 사랑과 우정의 중간 정도라고 할까요. 그럼에도 열려진 관계의 가능성만으로 훨씬 다른 느낌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승부가 명확히 정해지는 스포츠의 세계와 한없이 미묘하기만 한 서로 간의 감정이 뒤섞이며 만들어 내는 출렁임이 샤유님의 작품에도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뻔하다는 걸 알면서도 볼카운트가 올라갈 때 저절로 가슴이 뛰는 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거기에 등장인물 간의 감정선이 실리니 반칙이라고 생각될 정도였어요. 다섯 개 연작을 내리 읽었습니다.

다섯 개의 연작과 그에 대한 간단한 소개는 샤유님이 올리신 글을 링크하는 게 더 나을 듯해요.

https://britg.kr/community/freeboard/?bac=read&bp=27378

 

저는 읽으면서 조금 혼동되었던, 등장인물들을 정리하는 걸로 대신하겠습니다.

배경 : 메이저리그, 류현아 메이저 데뷔 시점

류현아 :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

화자 : 소속팀 유격수

배경 : 중학교 ~ 프로리그, 류현아 이후의 한국

언니 : 투수

동생 : 투수 -> 2루수

배경 : 프로리그, 류현아 메이저 데뷔 이후

소민 : 서울 라쿤스 내야수

나은 : 서울 튜나스 투수

배경 : 프로리그, 류현아 메이저 데뷔 이후

이여진 : 피존스 유격수, 류현아와 같은 팀 소속 경험

소희 : 이여진의 팬

배경 : 고교 야구, 류현아 이후

강슬기 : 세정고 투수, 강타자

강주현 : 세정고 투수, 에이스, 이복자매, 류현아와 투구폼 비슷

강수영 : 강주현 친동생

 

다섯 소설은 모두 같은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류현아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 외에는 연결 지점이 별로 없어요. 이렇게 장황하게 등장인물들을 정리한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좀 더 치밀하게 연결되면 세계관도 탄탄해지고 흥미도 배가되지 않을까 하는 독자로서의 욕심 때문입니다. (<100번째 승리를 막아내는 방법>의 동생이 <풀카운트>의 소민 아니냐고 여쭤봤는데 받아들여 질지도?!)

그럼 후속작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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