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넘어 캐릭터의 삶으로 감상

대상작품: 주황색 (작가: Xx, 작품정보)
리뷰어: VVY, 48분 전, 조회 10

소설에 한 가지 강력한 반전을 마련한 작가는,

특히 스스로 장르소설 작가라고 규정하는 자라면,

그 반전을 작품의 클라이맥스로 사용하려는 욕심이 있지 않을까 감히 추측해 봅니다.

이 소설은 그 반전이 생각보다 일찍 나옵니다. 초중반쯤?

하지만 그 시기는 아주 적절했습니다.

반전 구조는 생각보다 독자에게 읽히기 쉽고, 그럼에도 이를 결말에 쓰려고 질질 끌다가는 흥미를 감소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작가가 이를 먼저 뒤집어 내놓으면, ‘어, 이게 끝이 아니구나!’ + ‘작가도 내가 이렇게 읽을 줄 알고 있었구나!’로 독자 인상을 180도 바꿀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까지 의도하셨는지야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되어 몰입이 한층 잘되더군요.

다만 그러면 문제는 결말입니다. 장르소설인데 반전 카드는 이미 썼어. 그럼 결말을 어떻게 짜지?

작가님은 이 점을 캐릭터의 삶으로 채우셨습니다.

소설은 주황색의 가벼운 미스테리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여기에 규칙을 발견하고 조금씩 적응해 나갑니다. 그런데 상술한 반전이 생각보다 이르게 작품의 전환점이 되고, 여기서부터 독자는 점진적으로 주인공의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어쩌면 스포일러일 수도 있어서 한 칸 띄우는데요.

 

결말에 새로운 반전이 등장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도구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완전히 동화되었고, 결말에서 말 그대로 한 이야기의 ‘결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장르소설에서 따라야 할 한 가지 모범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어떤 구조적 충격이나 기존 서사의 뒤집기 없이도, 충분히 한 이야기를 느끼고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

바로 흥미로운 등장인물의 삶 그 자체의 창조라고 할까요.

물론 이 즐거움은 정교한 설계와 더불어, 작가님의 전개력이 매우 솜씨 좋은 덕분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을 보면, 그것은 한 번에 갑자기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한 번의 선택이 다른 해결책을 불러오고, 여기에 그럴 법한 우연이 겹치면서, 연이어 몇 번의 단계를 거치는데, 즉 그 모든 단계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기회가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독자의 조마조마함을 잘 살려내셨습니다.

미스테리와 반전, 사고, 장치의 회수까지 점진적인 배치와, 지엽적 묘사가 모두 좋았던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캐릭터의 삶과 갈등의 외적 구현이 재미있었죠.

 

개인적으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작품의 반전 이래 ‘캐릭터의 삶으로 채웠다’라는 제 서술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단순히 시간순으로 풀어 썼다는 얘기는 당연히 아닙니다.

한 인물의 구축된 이야기를 따라가는 자체가 재밌었다는 뜻이고,

이때 작가님은 기존에 제시한 수첩이라는 도구를 계속적으로 활용하여 전개하셨는데요. 이 점이 워낙 기초 설정, 주인공의 이야기와 물 흐르듯 잘 이어져 있어서 이를 파악하며 쫓아감에 있어 조미료 역할을 잘했습니다.

여러 정보를 전달하는 사이에 중간중간 숨을 끊어주면서도, 오히려 글 전체의 연속성을 유지해주는 장치인데… 물론 이러한 장치를 처음 보는 건 아닙니다만, 이 소설이 유독 잘 활용한 것 같습니다.

구조적 차원 말고 캐릭터 구사력을 배우려고 쓴 리뷰였는데. 또 소설적 장치에 관심을 갖다니… 저도 참 어디 안 가는군요.

아무튼 그런 장치가 장치로서 인지되지 않을 만큼, 등장인물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강조하려던 점은 이 부분입니다. (…)

여기에는 작가님의 일상 묘사도 한 몫 했을 텐데, 대단히 섬세하고 실제 있을 법합니다. 따라하기 힘든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다녀가신 글입니다만 저 또한 여러 분들께 추천할 만한 글로 읽었습니다.

감사히 리뷰를 남깁니다.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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