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니라 나였더라면 공모(감상)

대상작품: 2인용 인간 (작가: 존 페리, 작품정보)
리뷰어: Senrits, 49분 전, 조회 4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밤이 궁금해”

지난밤 정도가 아니라, 어제 하루 치 기억이 날아갑니다. 자고 일어나면, 또 마지막 각성으로부터 하루 동안의 기억이 없죠. ‘아, 내 머리가 뭔가 큰일이 났구나!’ 하고 병원을 가 보니, 내가 어제 이미, 완전히 똑같은 이유로 찾아왔답니다. 오늘의 나도 미치고 팔짝 뛸 상황입니다만, 도통 기억나지 않는 어제의 나도 돌아버릴 노릇일 겁니다. 나도, ‘나’도 난감한 마당에 서로의 성격도 완전히 같으니 ‘어쩔 수 없군, 이번만 임시 동맹이다’ 같은 식으로 협력하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나라고 믿었던 ‘나’는, 동맹은 커녕 나 몰래 수상한 일을 꾸미는 것 같은데……

 

작품에서 처음 접하는 두려움은 ‘기억이 없다’는 두려움입니다. 하지만 곧 그게 단순히 ‘기억이 안 난다’ 정도로는 끝나지 않는 일이었기에, 두려움이 막막함과 의혹을 먹으며 조용한 공포와 분노로 자라나는 과정이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너의 이름은’이나 ‘일주일간 친구’ 같은 작품들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명백하게 다른 인격들이 서로를 이해하거나 그냥 기억을 잃을 뿐인 작품들과는 다르게,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또다른 나’를 속이기에 바쁜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고, 당사자들이야 골치가 아팠겠지만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머리가 좋은 주인공이라 그런지 감탄이 나오는 방법들을 쓰기도 했고요.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일을 벌이는 ‘나’와의 스릴러”라는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꿀꺽 삼키고 나면 인격의 경계를 기억으로 나눌 수 있는지와 같은 곱씹어 볼 만한 문제까지 입안에 남아서, 중단편인데도 여운이 길게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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