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금 누군가를 간절히 미워하고 있다면?!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검은 책 (작가: Xx, 작품정보)
리뷰어: 아나르코, 17년 9월, 조회 67

혹시 지금 누군가를 간절히 미워하고 있다면 저주를 한 번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저주 대상의 손톱이나 머리카락, 작은 동물, 소복, 짚 인형 등등의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꼭 지켜야 할 몇몇 사항이 있기는 하지만, 당장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그 사람을 제거할 수 있다는데 뭐 그 정도가 문제가 되겠는가?! 진짜 문제는 누군가를 저주하다가 나의 영혼을 악마에게 뺏길 수 있다는 문제가 있기는 한데, 뭐 악마가 그리 한가하겠는가. 세상에는 악마에게 영혼 뺏길 더 심한 짓거리를 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다. 물론 난, 장난으로라도 하지 않겠지만…;;;;

 

왕비가 백설공주를 이길 수 없는 것처럼 소희는 유리를 이길 수 없었다.

 

<검은 책>은 ‘친구를 미워하던 소녀와 그 앞에 나타난 의문의 책’ 이라는 작품 설명과 더불어 이 한 줄이면 많은 것들, 혹은 전체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제일 빛나고 있던 소희 앞에 유리가 나타나게 되고, 항상 아이들의 중심에 있었던 소희는 유리에게 그 자리를 조금씩 내어주게 된다. 문제는 보통의 방법으로는 결코 유리를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소희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검은 책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이 책이 당신의 앞에 나타난 이유는 당신이 누군가를 간절히 미워하고 있어서이다.

당신이 이 책을 얻은 것은 행운이다.

이 책은 당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을 불행에 빠뜨려 당신이 행복해지도록 돕는다.

 

검은 책은 일종의 저주 책이라고나 할까. 책에 나와 있는 그대로 저주 의식을 치르면 상대는 단계별로 고통을 받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물론 지켜야 할 사항도 몇 가지 있었고, 그 마지막에는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악마가 당신의 영혼을 빼앗아 갈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도 있었다. 경고야 뭐 조금 무섭기는 하지만 원하던 것이 눈앞에 있는데 어쩌겠는가. <검은 책>은 일종의 질투로 인해 결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게 되는 소희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아이들의 이야기임에도 괜히 혼자 진지해져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해보게 된다. 왜 질투를 하게 되는 것인지, 타인을 신경 쓰기보다 좀 더 자신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뜩 들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면서도 나름의 자존심이랄까 마지막 남은 자신의 보호 본능이랄까, 하여튼 그런 것들로 인해 온전히 순수하게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이지 못하는 태도를 보면서 나 역시 알량한 자존심을 지킨다며 뭔가 다른 큰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내 영혼은 과연 악마가 가져갈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쓸데없을 생각까지 해본다. 흠!!

 

<검은 책>은 보통의 중단편 작품들보다 분량이 조금 많은 편에 속하는데, 전혀 그 분량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소희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해 하면서 조금씩 빠져들었던 것이, 점점 올라가는 저주의 단계처럼 소희의 저주를 향한 질주도 점점 고조되어가는 상황에 섬뜩함을 느끼며 더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나름의 화해로 한번 그 긴장을 풀었다가 다시금 등장하는 악마로 인해 절정으로 치닫는 과정은 결코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뻔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런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특히나 백설공주와 왕비로 작품의 주인공을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작품의 많은 분량에 비해 짧아 보이는 이 감상이 좀 성의 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지루할 틈도 없이 재미있게 읽었다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으리라는 생각에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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