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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작품: 0칼로리 사랑 (작가: 반야, 작품정보)
리뷰어: 선작21, 17년 9월, 조회 51

저는 복잡한 엽편을 좋아합니다.

이 작품의 엔딩은 매우 좋았습니다. 1년 뒤에 사라진 언니, 호모처럼 보이는 독일인 배우자, 살이 쪄서 알아볼 수 없게 된 외모… 작품의 주제인 제로 칼로리, 즉 사라져버린 무언가를 나타내는 좋은 장치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전 작품 전체의 어느 곳보다도 엔딩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다만 복잡성이 조금 더 잘 나타나게 마지막 문장을 없앴으면 어떨까 싶네요. <그제야 궁금해졌다.> 부터 시작하는 문장이 없었다면 주인공의 무관심성이 더 잘 나타나지 않았을까요.

그런 점에서 본편의 연출도 좋았어요. 의도적으로 대화와 주변 묘사, 반복적인 화자의 ‘언니’에 대한 무관심이 드러나는데, 이런 점에서 언니를 공감해줄 사람은 없고, 사라지기 전의 단말마가 얼마나 허무한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언니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뭔지 알아볼 수 없도록, 간접적으로 전달되고, 따라서 독자는 언니보다는 화자의 쪽에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경우 제가 느끼는 감정은 언니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닌 화자의 ‘지루함’에 더 가깝습니다. (만연체나 건조체의 가독성이 좋은 문체가 아니라 복잡하고 긴 문체를 선택하신 것도 탁월함이 보였습니다.) 물론 이 경우는 그것이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 – 그러니까, 독자가 지쳐서 나가 떨어지는 가능성 – 도 생각해보는 편이 좋겠습니다만… 지금 자체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점의 경우는 회수되지 않은 것 처럼 보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면 저는 시끄럽게 울리는 벨소리가 무언가를 나타낸 존재라는 건 알았지만 그 장치가 함유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반대로 제로 칼로리 콜라의 독백의 경우 너무 반복적이라는 느낌도 들었어요. 전체적으로 숨기고 보여주는 농도의 조절을 더 깔끔하게 해내신다면 훨씬 아름다운 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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