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에반스와 글렌 굴드를 추억하며 감상

대상작품: 미래에서, 생일 축하해요 (작가: 피오레이, 작품정보)
리뷰어: bard, 17년 9월, 조회 169

우연히 브릿지에서 짧은 엽편을 한 편 읽게 되었다. 아마도 연주자나 가수의, 몇십 년 전에 사망한 게 분명한, 생일을 축하하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는 내 아이폰에 있는 몇 가지 앨범을 떠올렸다. 대부분 살아 있는 사람의 앨범이 많았지만, 그 중에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두 명 있었다.

빌 에반스, 그리고 글렌 굴드였다.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는 1929년 8월 16일에 태어나서 1980년 9월 15일에 사망한다. 그의 재즈 업계에서의 역사와 전설, 위대함, 빌리지 뱅가드에서의 라이브 연주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려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가 여름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재즈에는 원래 그것의 기원이었던 남부 흑인들의 소울—밥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하는 것이다—이 남아 있는데, 반대로 빌은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 조용히 클럽에서 연주하는 쿨 재즈를 유행시켰다. 하지만 빌의 연주를 가만히 듣고 있자면, 그가 꿈꾸었던 여름 나절의 풍경이 그려지는 것만 같다.

글렌 굴드도 빌 에반스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클래식 피아니스트이다. 그는 1932년 9월 25일에 태어나서 1982년 10월 4일에 사망한다. 글렌 굴드의 전설적인 터치와 그의 독창적인 바흐 해석, 그리고 피아노 앞에서 벌였던 수많은 기행과 그것에 수반하는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생략하기로 하자. (기시감이…) 여하튼 글렌 굴드는 30대 초반에 갑자기 청중 앞에서 연주하기를 그만둔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싫어졌다는 게 이유였다. 굴드는 그 뒤로 20여년 간 레코딩 스튜디오에 틀어박혀서 몇 가지 고전들을 녹음한다. 이를테면 바흐나 베토벤, 모차르트 같은 작곡가들이 녹음 연주 대상이 되었다. 그가 유일하게 두 번 녹음한 레퍼토리는 바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하지만 굴드 자신은 그렇게 사회성이 없는 히키코모리는 아니었다. 20대 시절까지만 해도 농담을 즐기는 매우 유머러스한 사람이었고, 주위 사람들의 증언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로, 굴드는 클래식 이외의 음악에도 관심을 보였는데, 재즈는 굴드가 즐겨 듣고 연주했던 레퍼토리 중의 하나였다. 어렸을 적에는 클럽에 놀러 가서 피아노 솔로 연주를 듣기도 했다니, 그의 영향은 여러 방면에 걸쳐 있는 셈이다. 이런 점을 보면, 둘 사이의 거리는 크게 멀어 보이지 않는다. 천재니까, 라고 나는 생각한다.

쓰고 보니 작품 리뷰도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아이폰의 음악 앱에서 앨범을 재생하며 내가 느끼는 감정도 아마 화자의 감정과 마찬가지리라. 어떤 의미로 음악은 삶의 축소판이기도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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