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이 소설에 리뷰가 하나도 없는 건가요? 이렇게 재밌는 작품에게 리뷰 하나 없다니 뭔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같아 저라도 리뷰를 쓰고 싶어집니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지금도 중단편 인기 작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증명된 사실’ 보다 더 재밌었습니다. 사실 완성도도 이 쪽이 더 큰 게 아닐까 생각해요. 기승전결이 잘 정돈되어 있고 “오!”할만한 반전도 마련되어 있는데다가 주인공이 그걸 깔끔하게 해결하는 장면까지 구비되어 있으니까요. 그것이 뻔하지 않고,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가져온 반전과 해결 방법이기에 더욱 작품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이 리뷰 읽는 것을 그만두고 얼른 작품을 찾아가지 않는 당신을 위해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네, 저는 지금 호객행위 중이랍니다. 기꺼이 응해주시기를 소심하게 바라봅니다.
모두가 즐거워 하는 성탄절에 최근 주식 시장이 대폭락 하는 바람에 나 홀로 깊은 근심과 분노에 빠져 있는 펀드매니저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름은 스탠리 캐러웨이. 그가 주인공입니다. 같은 날 아침, 그는 한 낯선 이의 방문을 받습니다. 그는 변호사와 마법사를 반반 합쳐 놓은 모양새의 어린 소녀였는데 느닷없이 법원에 출두해야 한다고 통보합니다. 자기가 그의 변호사라고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끌려간 법정.
놀랍게도 마녀 법정이었습니다. 그 법정으로 캐러웨이는 최근 주식 시장의 대폭락이 그의 책임인지 아닌지 심문받기 위해 소환된 것이었습니다. 아니 왜? 마법의 ‘마’자도 할 줄 모르는 일반인에 불과한 캐러웨이가, 그것도 자신이 하등 관여하지 않은 주식 시장의 대폭락의 책임을 추궁당하기 위해 마녀 법정으로 소환된 것일까요? 이유는 곧 밝혀집니다. 주식시장의 올림푸스라고 할만한 뉴욕 증권거래소가 실은 마력이 모이는 중심지라는 것을 시작으로 말이죠.
사실 주식 해 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주식 시장은 쉽사리 예측하기가 어려워 어딘가 마법 같은 면모가 좀 있지요. 최근 주식의 대량 매매는 대부분 알고리즘으로 하기 때문에 인간의 개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알고리즘만의 주식 매매는 언뜻 주술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소설은 아마도 그런 상황을 슬쩍 끌어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언제나 혼돈과 공황의 위기에 열려 있는 주식 시장의 안정을 위해 정기적으로 주술을 행해야 하는데, 그 날을 ‘트리플 위칭 데이’라고 합니다. 그 날이 바로 주식 시장이 대폭락을 한 지난 금요일이었습니다. 걸어야 할 주술을 못 걸었기 때문이었죠.
그 책임이 스탠리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캐러웨이에겐 사만다 피와켓이라는 여비서가 있는데, 알고보니 그녀는 마녀였고 ‘트리플 위칭 데이’ 때 주술을 걸어야 할 책임자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하필 그 날, 스탠리는 사만다에게 화를 내었고 그 바람에 정서적 손상을 입은 사만다가 주술을 거는 데 실패하여 결국 원인 제공을 한 스탠리가 법정으로 끌려온 것입니다.
일의 인과는 이렇습니다. 스탠리는 커다란 곤경에 빠졌습니다. 법정에서 스탠리의 책임으로 판결할 경우 그는 산채로 불태워지니까요. 그러나 그가 기댈 수 있는 건, 그리 능력이 뛰어나 보이지 않는 어린 마녀뿐.
과연 스탠리는 성탄절날 아침 갑자기 찾아온 커다란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요?
이런 줄거리의 ‘마녀 재판’은 제목 그대로 재판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고 있습니다. 기소가 있고 양 쪽에서 공방이 이뤄지며 주인공의 기지로 인해 판결이 이뤄지려는 찰라 뜻밖의 반전이 출현합니다. 이야기의 앞과 뒤가 잘 맞물려 진행되기에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말도 깔끔하게 매조지구요.
부담없이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단편입니다. 그런 단편을 찾으셨다면 두 말없이 손에 얹어드리고 싶습니다.
한 편, 읽다 보니 ‘문호 스트레이독스’가 떠올랐습니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투자한 자본에 따라 마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설정 때문이었는데, ‘문호 스트레이 독스’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피츠제럴드가 사용하는 이능력이 바로 그것이었거든요. 돈으로 크기가 좌지우지 되는 마력이 실제로 구현되는 모습이 보고싶으시다면, 애니메이션 ‘문호 스트레이 독스’의 ‘피츠제랄드’가 나오는 장면을 권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