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세계멸망을 축하합니다 공모(감상)

대상작품: 《영일이와 영원이》 (작가: VONN, 작품정보)
리뷰어: hyeonAZEX, 2시간 전, 조회 7

영일과 영원이 서로를 알게 된 첫 순간은 어땠을까. 어느 한쪽이 검은 벽 너머를 궁금해하며 편지를 흘려보낸 게 발단이 되었을까. 아니면 어느날 갑자기 운명적으로 상대의 존재를 깨우쳤을까. 어쩌면 꿈속에서 만나서 알게 된 사이일지도 모른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속 주민들이 꿈을 꿀 수 있다는 가정을 해본다면 말이다.

 

미루어 짐작컨대 영일과 영원 이전에도 무수한 영일과 무수한 영원이 있었을 것이다. 뼈무덤과 같은 실체적인 증거 외에도 질서를 거스르는 것에 대한 주변의 공포어린 반응을 보면 세상은 이미 몇 번이고 멸망했을지도 모른다. 그 말은 영일과 영원이 몇 번이고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고, 결국 검은 벽이 두 종족을 갈라놓는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영일과 영원의 만남이 촉발하는 불꽃은 완벽하지 못한 신의 시스템에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읽힌다. 세상은 만들어진 그 순간부터 낡기 시작했고, 질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신은 전지전능하지 못해 그 손길이 닿은 모든 것들이 고장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영일과 영원은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며 안식과 해방을 얻었다. 시스템의 한계가 어떤 가능성을 낳기도 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찰나의 한 순간이라고 해도, 그들에게는 꽉 닫힌 해피엔딩이었다. 세상이 멸망해서 다행이다. 그 어느 곳도 아닌 곳에서 둘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비록 전지전능하지 못한 신은 허탈함을 감출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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