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바로 접니다.
자유게시판에서 피드백을 요청하시는 글을 보고 작품을 읽어봤습니다.
지향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씀해주셨다면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겠지만,
그런 말씀은 없으셨기에 제멋대로 해석하겠습니다.
1. 부조리란 무엇인가?
불합리, 불가해. 그것이 부조리를 대표하는 개념일 겁니다.
감히 예상해보자면 작가님께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같은 부조리 소설을 지향점으로 두고 계신 것 같습니다만.
(태그에 부조리개그가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작품 전반에 깔려있는 부조리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해야 합니다.
고작 1화밖에 연재되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는 어렵습니다만.
1화만 보아도 짐작이 간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요?
작가님 본인께서도, 본인이 말하고픈 바가 무엇인지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제 추측이 틀렸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1화에서 일어난 일이란
주인공에게 아버지가 없다는 서술-파파존스에서 머리카락이 피자에 들어있다고 항의-가게에서 쫓겨남
이게 전부입니다.
여기서 독자가 느낄 수 있는 부조리가 무엇일까요?
앞서 <이방인>을 예시로 들었으니 그 책과 비교해보겠습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엄마의 장례식장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주인공은 무관심합니다.
주인공은 엄마의 죽음에 슬퍼하지도 않고, 어떤 감상을 내놓지도 않습니다.
그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히 일상을 영위합니다.
부조리의 극치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편타당한 도리, 윤리에 걸맞는 행위를 주인공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처음부터 알 수 있습니다.
‘이 인간, 뭔가 이상하다.’
물론 작가님의 글에서도 주인공이 어딘가 이상한 인물이라는 건 느낄 수 있습니다.
가게에 들어온 히피들 때문에 자기가 쫓겨났다고 생각하는 피해망상적 사고 과정.
아버지가 없는데도 아버지가 있다면 최고의 1인은 자기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모순.
문제가 있다면, 이야기가 잘 이어지지 않아 무엇을 전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없다는 서술에서 바로 피자 이야기로 넘어가는데요.
문장의 전환이 자연스럽지 않아 뜬금없다는 인상을 줍니다.
아버지 이야기는 결국 왜 나온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아버지가 없는데 내 아버지가 최고라는 생각, 그 자체가 부조리로 전달될 거라고 생각하셨다면,
최소한 페더에게 왜 아버지가 없는 것인지 정도는 설명해주셔야 합니다.
뒤로 이어지는 피자 가게 이야기가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당위성이 주어져야 합니다.
말하고픈 바가 소통의 불가능성인지, 불가해한 세계관인지, 보편타당하지 않은 윤리인지 윤곽이 드러나야 합니다.
다음 챕터에서 어떤 이야기가 등장할지 모르겠으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테마를 명확히 잡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2. 브브아 아헤히토
이 부분에서 좀 더 철학적인 사유가 가능했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한 번도 보지 못한 과일의 이름을 떠올리듯이
연상 기법이죠. 우리는 처음 보는 물건을 보아도 그것과 비슷한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자기 안에 자리 잡은 특징들이 ‘사과는 빨갛다’, ‘사과는 둥글다’처럼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당신은 브브아 아헤히토나 아키오 헤헤파티를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독자는 대답할 수 없습니다.
페더 씨 안에 브브아 아헤히토, 아키오 헤헤파티처럼 아버지는 떠올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연상조차 안 될 만큼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이 대목 뒤에 어째서 그런 것인지, 혹은 페더 씨에게 또 다른 브브아 아헤히토가 있지는 않은지 등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아가서 페더 씨의 소통 불가능성을 강조하거나 언어에 대한 사유로 세계를 확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흥미로운 서술에서 갑자기 피자 가게 사건으로 넘어가니 소설의 개성이 죽는 느낌입니다.
1화까지만 연재된 작품이라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 같습니다.
앞으로 연재될 회차들도 봐야겠지만, 보완되면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된 철학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 기대하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