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공모(감상)

대상작품: 늑대소년사칭범 (어른동화) (작가: 송로, 작품정보)
리뷰어: 냉동쌀, 2시간 전, 조회 4

키플링의 소설 정글북은 늑대로부터 길러진 인간 소년 ‘모글리’ 및 그가 사는 숲을 배경으로 하는 일련의 소설 연작입니다. 모종의 사련으로 부모로부터 떨어져 늑대와 함께 사는 모글리는 늑대와 인간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다 마침내 스스로를 정립하고 인간 사회에 스며드는 결말입니다.

원작 소설은 백인 중심의 인종차별주의적 함의를 담고 있어 논란이 되는데요, 모글리의 이야기는 시대를 뛰어넘는 매력을 갖고 있어 오늘날까지 여러 매체로 리메이크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키플링의 인종차별적 메타포는 사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정글북에서 모글리는 인간 사회와 떨어져 성장했지만, 늑대 무리에서 그들 나름의 사회 경험을 하며 한 성인으로 성장합니다. 키플링은 인간 사회를 서구 문명에 빗대어 모글리가 인간 사회를 선택하는 결말을 냈지만, 디즈니 실사 리메이크 버전에서 모글리는 동물 사회를 선택합니다.

중요한 건 어쨌든 모글리는 어느 쪽이든 사회에 속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 그와 유사하지만 정반대 상황에 놓인 모글리가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되는 소년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외톨이입니다. 산에는 사회가 없고, 문명 사회는 그를 배척합니다. 소년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육체적으로는 생존하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소속되지 못한 근원적인 고독감은 소년의 정신적 생존을 위협하게 됩니다.

소년이 산에서 내려온 것은 먹을 것이 부족해서도, 바깥 세상이 궁금해서도 아닙니다. 그의 하나뿐인 친구인 고양이가 죽은 뒤 다가온 극심한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그러한 결핍을 채워줄 새로운 존재, 즉 타인을 만나기 위해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 어떤 육체적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소년에게 가장 큰 생존의 위협은 고독이었던 것입니다.

산에서 내려온 뒤 마주한 인간 사회는 소년이 그토록 바랬던 수많은 타자, 즉 관계 대상이 자리한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소년은 외로움을 잊기 위해 친구들을 만드려고 노력합니다. 산속에서 사냥을 하고 집을 짓던 모습과, 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본질적인 의미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년의 친구 만들기는 사회에 대한 갈망이며, 그 자체로 생존 투쟁의 성격을 띱니다.

그러나 소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지롯한 인간 사회에 속한 타인은 그를 받아들이기를 끝내 거부합니다. 그의 야생적 경험은 거짓으로 치부되었고, 그가 지닌 야생성은 잔인함에 불과하였습니다. 그는 늑대소년조차 아닌, 늑대소년 사칭범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하여 사회에서 배제됩니다.

소년은 야생의 삶에서 굶주린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 사회에서, 배고픔과도 같은 외로움이 소년을 더욱 집요하게 공격합니다. 산속의 생존은 성공하였지만 사회 속 생존에는 실패한 소년은 결국 산으로 돌아가기로 결신합니다.

이때 소년은 빵을 챙깁니다. 산에서 인간 사회로 올 때는 고기를 챙긴 것과 대비됩니다. 고기는 홀로 사냥하여 구할 수 있는 자원이지만, 빵은 노동 집약적인 음식입니다. 농부와 방앗간지기, 그리고 제빵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이 빵은 소년이 지닌 사회에 대한 갈망, 타인과의 연결을 갈구하는 고독함을 상징합니다.

고기에서 시작하여 빵으로 끝나는 이 소재는, 마치 가족 단위 작은 공동체에서 끝내 국가로 나아가는 인류의 연대기를 연상케 합니다. 그렇다면 끝내 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튕겨나온 소년은, 히키코모리 등으로 대표되는 현대 사회의 해체와 그로 인한 군중 속의 고독을 꼬집는 것만 같습니다. 끝내 빵을 가져왔지만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소년 같은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선, 차갑게 끊어진 현대인의 물질주의적인 유대관계를 재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은 어쨌든, 빵만으로는 살 수 없으니까요.

현대인의 외로움을 꼬집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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