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04 공모(감상)

대상작품: 차악과 위선 그 사이 어딘가 (작가: 아침은삼겹살, 작품정보)
리뷰어: 냉동쌀, 2시간 전, 조회 6

흔히 ‘운동권’이라고 일컬어지는 학생 운동은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군부 독재 정권과 맞선 주요한 세력이라는 점에서 제6공화국에 있어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군부 정권의 종식과 동시에, 즉 시대의 격류가 잔잔해지고 난 뒤에는 그 위상이 절망적일 정도로 추락한 뼈아픈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미 1990년대에 이르러 더 이상 예전 같은 위세는 없이 손가락질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고도 하고, 상대적으로 최근에 대학을 졸업한 저는 선배들로부터 “동아리든 뭐든 간에 ‘조합’, ‘연대’, ‘협동’ 이런 거 들어간 단체는 쳐다보지도 마라”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네요. 덕분에 생협에 대해서도 상당히 오랫동안 잘못된 편견을 갖기도 했네요. 우스운 해프닝이었지만 그만큼 운동권이 갖는 이미지가 좋지 않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소설은 정확히 그 사이, 2004년의 운동권 동아리와 거기 가입한 신입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 신입생은 학생 운동에 관한 그 어떤 신념도 없이 예쁜 선배에게 홀려 가입했죠. 뭐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아직도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힌 구세대 운동권 선배와 밀레니엄 시대에 맞게 새로이 운동권의 모습을 꾸리려는 후배 간의 갈등이 드러나기도 하고, 주인공이 가진 운동권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 등 당시 변화하고 있는 운동권의 다양한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됩니다. 그러면서 취직한 회사원의 회상을 통해 전개되는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그렇게 급진적이었던 회원이 얌전히 회사 생활을 하는 모습이나, 운동권의 전설로 여겨지던 선배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는 소식 등 그들의 퇴색과 몰락을 직접적으로 제시하기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2000년대 초반의 생활상 역시, 마치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는 듯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다만 아직 초반부를 막 벗어난 소설인 만큼 그 서사를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고, 개선하면 더 좋을 것 같은 점을 몇 개 짚어만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신경 쓰이는 것은 역시 줄 바꿈이겠죠. 최근에 리뷰한 소설 중에도 비슷한 사항을 지적한 적 있는 것 같은데, 요즘은 줄 바꿈을 최대한 자주 하는 것이, 말하자면 일종의 트렌드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저 혼자 분개하는 것으로 끝이겠지만, 아니라면 문단 구분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무래도 문장이 끝나지 않았는데 줄 바꿈을 하는 것은 생경한 방식이네요. 조선 시대 가사 문학 같은 느낌을 의도하신 거라면 운율에 신경을 써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제가 시도해본 적 없는 방식이라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성공한다면 상당히 개성적인 소설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단 구분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요, 전통적으로는 문단 끝마다 엔터를 한 번씩 눌러주는 방식이 사용됩니다. 이렇게요. 그런데 이것이 웹 환경으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오히려 가독성을 해친다는 의견이 생기게 되어서 이렇게 엔터를 두 번씩 눌러주는 방식도 생겨났죠. 꼭 이 둘 중 하나를 사용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아니고, 작가 본인의 작풍에 따라 얼마든지 개성적인 문단 구분을 사용해도 좋지만, 저는 스스로 그런 기교를 부리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 둘 중에서 선택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 문단에 엔터 세 번 이상부터는 가독성을 많이 해치네요. 특히 한 페이지에 한 문단씩 할당하신 부분은 상당히 고역이었습니다.

또한 문법적 오류 등을 떠나 단순한 오탈자가 많이 보이는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회사에 재직 중이시라 하니 여유가 없는 것도 이해 갑니다만, 아무래도 정성을 그다지 들이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순전히 감정의 영역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작가 스스로 작품에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면 독자는 그것을 정성 들여 읽을까요? 인터넷 상에 다양한 맞춤법 검사기가 있으니 가벼운 검수만 하셔도 훨씬 보기 좋은 글이 됩니다. 저도 탈고까지가 작업이라는 점을 항상 마음에 품고 작업을 진행하거든요.

그리고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 등이 언급되는 부분, 이건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좋은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초반부 주인공은 대입을 위해 두 게임의 계정을 삭제했다고 언급하면서 ‘리니지는 이제 안 하고, 스타크래프트나 하겠다’고 합니다. 리니지는 정액제에 오랜 시간을 들여 캐릭터를 육성하는 게임이니 부담스럽고, 스타크래프트는 단 판으로 플레이할 수 있으니 주인공의 행동에 어색한 점은 없습니다. 그러나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를 모르는 독자라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와 더불어 주인공이 운호와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장면도, 게임의 진행 과정은 매우 생생하게 묘사되었습니다. 글을 읽는 것인데도 게임 화면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을 정도로요. 스타크래프트를 재밌게 플레이한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겠지만, 역시 스타크래프트를 모르는 독자는 알 수 없는 단어만 무의미하게 나열된 기나긴 구간을 참고 견뎌야 할 것입니다. 이 소설이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관한 소설이었다면 매우 훌륭한 파트가 되었겠지만, 주제를 당시 운동권의 모습으로 잡은 만큼 그쪽 주제에 힘을 싣고, 예상 독자층을 더 넓게 잡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개인적인 궁금증에 더 가까운데요, 2004년 당시에도 ‘~헬이다’, ‘인싸’ 등의 은어가 사용되었나요? 제가 어렸을 때는 들어보지 못해서 최근에 생긴 신조어인 줄 알았거든요. 공연히 모르면서 시빗거리를 찾은 격이 되어버릴까 이 점은 넘어갈까 싶었지만, 그래도 과거를 배경으로 하면서 신조어가 사용되는 것은 몰입감을 크게 해칠 수 있기에 염려 무릅쓰고 언급합니다.

쓰고 보니 너무 비판만 가열차게 한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그래도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높이 자라는 것처럼, 아직 초반부일 때 기초를 잘 다지셔서 결말까지 무사히 도달하셨으면 합니다. 주제와 내용은,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완결이라는 목표를 꼭 이루시면 좋겠습니다. 독자로서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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