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 옹기종기 둘러모여 미스테리를 이야기 하던 그때.
난 미스테리에 흠뻑 빠져 살던 때가 있었는데, 오파츠, 나치의 비밀기지, 외계인, 나스카의 지상화, 그리고 UFO. 초등학생이 정보의 바다를 헤쳐나가며, 온갖 신기한 이야기를 두근거리며 봤다. 초등학생이 상상했다. 외계인와 손을 잡은 나치의 잔당들이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나타났으나, 고대 문명을 발굴해낸 멕시코가 적들을 막아낸다. 와. 세상엔 온갖 재밌는 것들이 숨겨져 있구나. 그 초등학생이 길을 걸었다. 하늘이 새파랬다. 구름 사이로, 반짝이는 것이 천천히 지나간다. 초등학생은 기대한다. UFO일거야. 초등학생의 기대는 5초 뒤 무너진다. 정확히 보이진 않으나 비행기가 확실했다.
그 초등학생은 별다를 것 없이, 학교를 다니고, 나이를 먹고, 대학에 진학한다. 세상에 별다를 것은 없었다. 나치는 옛 저녁에 몰락했고, 신비한 힘을 가진 고대 문명은 없었으며, 그딴 알 수 없는 것보다, 세상살이가 더 중요했다. 뉴스에서 몇 번이고 반복되는 것이 네스호의 괴물보다 중요하다. 북한의 도발 소식이나, 취직 자리, 스펙 쌓기가 중요했다. 대학생은 더 이상 하늘을 보지 않는다. 땅을 보는 것이 더 좋다. 누가 흘린 동전이라도 있을지 모르니까.
대학생이 방에 불을 끄고 눕는다. 기묘한 꿈을 꾼다. 외계 행성을 돌아 다니는 외교관이 되는 꿈이었다. 번쩍 일어난 대학생은 그토록 보기 싫어하던 하늘을 본다. 아직 새벽이었다. 도시여서 별이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몇 개 보였다. 센치멘탈한 기분에 별들을 찍어낸다. 그 사진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웃는다.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 난 이 작품에게서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MT에서 술을 마시고, 누군가 천천히 입을 연다. 내가 말이야. 진짜인지 알지 못하지만 무언가 느껴지는 이야기다. 나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을 때,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 처럼 흥미에 가득찬 눈으로 지켜본다. 이 소설의 분위기는 나에게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만약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문체가 아니었다면 이런 좋은 분위기는 연출하지 못했을 것이다. 탁월했던 점은 문체 뿐 만아니다. 적절한 소설 내 장치들의 흥을 돋구고 있다. 황색언론 사진사와 아이슈타인- 로젠 브릿지의 대비. 각 캐릭터에게 주어지는 사건과 그로 인한 확실하고 자연스러운 변화. 나는 다양한 부분에서 탁월함을 느꼈다. 난 이 작품이 만족스럽다. 하지만 부족한 면이 없는 건 아니다.
이 작품에서 아쉬운 부분은 남아있다. 제목이다. 제목이 너무 직접적이라서 조금 아쉬웠다. 트집 잡기에 가까운 말이지만 직접적이다보니 흥미가 떨어졌다. 효과가 없거나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목으로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 너무 많은 정보가 담긴 긴 제목이기에, 조금 스포일러같이 느껴졌다. 다분히 짧은 제목 선호라는 개인적 취향에서 오는 아집이겠지만 매력적인 제목이 더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이 작품에 더 까다로워 질 순 없을 것 같다. 이 작품은 좋은 작품이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신선하고. 재료맛을 잘 살려낸 소설이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만족스러웠다. 주제와 그걸 풀어내는 능력과 소재. 나로선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