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몇 가지 씬만으로 독자를 만족시키는 류의 소설이 있다.
그런 씬은 대개 그 자체로 예술과 같아서, 작가가 자신의 취향을 바로 알고 그 구현에 최선의 역량을 바쳤을 때 드물게 빚어진다.
그리고 작가와 취향을 같이하는 독자가 씬을 마주했을 때, 독자도 바로 알 수 있다.
이건 바로, 이 씬을 위해 쓰인 소설임을…
부활의 서는 독창적인 세계관 구축이 눈에 띄는 판타지다.
신의 죽음을 증명하는 오로라가 검은 세례로써 생의 규칙을 파괴한다.
죽음을 현시하는 기적을 피하고자, 사람들은 극북에 신의 묘소를 마련했다.
그리고 그 시신에서 ‘네크로맨스’라는, 새 시대를 열 연료를 추출하기까지 해 낸다.
이 모든 것의 설계자 비앙세 자작을 아버지로 둔 주인공, 적장녀 칼레아 비앙세는, 아버지의 귀환을 기다리다가 한 수도사를 맞는다.
수도사는 예언된 종말을 피하고자 천사 베시나가 집필한 예언서의 해독을 청한다.
에클레스턴 수도원이 제일 경전으로 내세운 ‘구원의 서’, 그 ‘원본’을 가져옴으로써.
칼레아는 한때 적국이었던 에클레시아가 이 원본을 놓칠 리 만무하리란 걸 알았기에, 이것이 새로운 전쟁의 불씨가 될까 우려한다.
그리고 수상쩍은 것은 또 있다. 수도사 아리스타벨라는, 수도사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아이스블루색 눈동자와 물빛 머리칼이 아름답다.
당신이 도끼와 애정과 환희가 조합된 장면에 끌릴 정도로 충분히 변태라면.
나는 결말부를 고조시키는 디테일을 너무나 즐겁게 쫓다가, 마침내 진상 속에서 박수를 치며 읊조렸다.
‘이거, 로맨스, 미식이네요..’
같은 취향의 서브컬쳐 독자들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 것이다.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