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일본의 어느 마을에, 아리따운 두 인형가가 한 스승 밑에서 전혀 다른 인형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인형가 렌은 스승의 뒤를 따라 어린 여자아이들의 날에 재단을 꾸미는 작고 예쁜 히나 인형을, 인형가 사쿠라는 살아 있는 사람과 크기도 모양도 똑같아서, 만져 보기 전까지는 인형인지도 모를 인형을 만들었지요. 그래서일까요, 스승과 함께 작업하는 렌과 달리 혼자 작업하는 사쿠라는 유독 헛것을 자주 볼 뿐만 아니라 괴이한 일까지 거의 매일 일어났으니, 사쿠라가 느낄 괴로움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쿠라는 계속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그건 사쿠라가 예술가이기 때문도 있지만, 비명을 지를 때마다 달려 와주는 렌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렌이 외워주는 주문으로도 어찌 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을 때, 여태껏 버텨온 사쿠라의 고집은 조금 꺾이고 맙니다. 그럴 만했지요, 정말 그럴 만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문체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를 각색했대도 이상하지 않아서 적어 보았습니다! 렌과 사쿠라라는 이름은 요즘 사람 같다고 느꼈지만요. 그보다는 만화 캐릭터 이름으로 익숙한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반전이 후반부에 있는 작품은 두 번째 읽을 때가 더 재밌는 것 같습니다. 특히 화자 시점이나 화자 중심의 서술에서, 화자가 모르는 정보가 아주 중요한 것일 때요! 처음 읽어서 세계관과 캐릭터를 파악하고 거기 적응하느라 미처 눈치채지 못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구술된 것들이 사실 뒤에 나올 그 반전을 가리키고 있었단 걸 아는 순간은 무척이나 즐거울 수밖에 없죠! 어라? 싶었던 것들도 의문이 해소되고 내가 제대로 알고 있단 걸 확인받았을 때의 기쁨도 있습니다.
그나저나 불교에서는 설법의 방식을 제한하지 않는다면서 메탈과 랩을 사용하는 것도 봤는데, 이런 로맨스 시대극으로도 불법을 설파할 수 있는 걸 보면 감탄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 지극한 사랑이 자비에 닿아 즉신불이 되어서 살심을 품은 연인을 극락으로 인도하다니요…. 이것이 기근이 심각했던 그 시절과 아름다운 외형의 두 인형가라는 설정에 더해져 참으로 안타깝고 애절하면서도 숭고한 이야기로 탄생한 게 정말 굉장했습니다! 그리고 서술하는 중간중간 나오는 표현이나 캐릭터의 사고방식, 가사 같은 게 정말 일본다워서, 비행기와 타임머신을 타지 않고도 일본의 그 시대에 잠시 머물렀다가 돌아온 기분도 들었네요.
진정으로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을 보니 저도 마음이 깨끗해지고 속세의 부정함과 허무함에 덜 집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호러인데도 두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끝나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