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모두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릴적부터 지나치게 책에 탐닉했던 기억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괴롭힘에 관한 어떤 기억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사람보다는 책이 소통하기 쉬웠기 때문일까? 나도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런 시기는 오랫동안 강도를 달리하며 반복되기도 했고 그런 교류는 꼭 내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들이 겪는 것을 보거나 알게 되기도 한다. 나도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어, 같은 말로 시작되는 자기고백의 이야기는 꼭 나의 말로 시작되지 않더라도 언제든 내 이야기처럼 가깝게 다가오곤 한다.
<비린내>는 갑작스럽게 예전 기억을 길어올릴 정도로 자세하지만 내 마음에 다시 상처를 입힐 정도로 괴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나는 이 단편을 읽으면서 갑작스레 작품의 말미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어떤 표식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면 내가 지켜봤던 어떤 사람에게 표식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비린내>를 읽다보면 이 안에는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과 그 사람을 마음에 오랫동안 담아두었던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외모나 성격, 체취나 어떤 것으로 인해 괴롭힘이 촉발되었더라도, 그래서 누군가가 그 사람을 아주 심하게 괴롭히게 되더라도, 그 사람에게도 그 사람을 생각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다른 존재가 있었으리라는 상상은 기대하지 않았던 포옹처럼 나를 위로한다. 갑작스러워서 그것이 포옹인 줄도 몰랐다가 갑작스럽게 그것이 포옹이었고 다정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처럼 나는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을 얻게 된다.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모든 인물들이 되었다가 빠져나가는 경험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냄새나는 사람이 되었다가 그를 지켜보는 사람이 되었다가 갑자기 현경이나 주니의 이름을 얻었다가 장례식에서 눈물을 터트렸다. 그에게 놀림받는 별명이나 냄새 말고도 내가 그를 식별할 수 있는 어떤 무늬나 요원이라는 것을 식별할 수 있는 흔적이 있었음을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나는 아주 중요한 임무를 가진 사람이 어떤 중요한 임무를 하던 중에 나와 친구가 되었고 그리고 그가 임무중에 전사했을 때 가졌던 유일한 친구가 되었고 그 자체가 그에게는 훈장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처럼 느껴졌다.
<비린내>는 학창시절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단순한 위로나 동정이 아니라 이런 복잡하고 미묘한 기분으로 아픈 기억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재미있고 아련한 기분을 주는 단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