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환경 문제를 인간의 시선이 아닌, 동물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빨대가 코에 박힌 빨대거북이 무디와 뜨거운 도로 위를 떠도는 길고양이 탄이,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는 다람쥐 나무의 관점에서 인간들의 행동을 관찰한다는 설정은 독자로 하여금 환경 문제를 더욱 밀접하게 느끼게 합니다. 특히 순수한 동물들의 1인칭 서술 방식은 독자의 감정 이입을 더욱 효과적으로 이끕니다. 거북이가 빨대 때문에 겪는 고통이나, 길고양이가 물 한모금을 얻기 위해 힘겹게 살아가는 등의 현실적 상황은 기후 변화가 더이상 추상적인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작품은 인간을 일방적인 가해자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움과 증오의 대상이었던 인간이 결국 거북이를 도와주고, 고양이에게 물을 건네는 존재로 등장하면서 독자는 인간의 선택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환경 문제를 다루는 작품에서 자칫 빠지기 쉬운 도덕적 설교를 피하게 하고 자연스레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선택의 여지를 제공합니다.
다만 일부 장면에서 감정이 직접적으로 설명된 점이 아쉽습니다. 이미 충분히 동물의 심리를 느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문장으로 단정하는 부분이 반복되어 독자가 스스로 느끼고 판단할 여지가 줄어들었습니다. 직설적인 감정 표현이 동물의 순수함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된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핵심 주제가 환경 문제인 만큼 조금은 더 추상적인 감정을 사용하거나, 더 구체적인 상황 설명을 통해 독자 스스로 등장인물의 감정과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거북이가 인간을 증오하게 된 배경과 심리 묘사가 더 자세히 이루어진다면 글에 대한 몰입이 더 쉬울 것입니다. 작품에서 거북이는 인간들을 피하지 않고 되려 다가가서 증오를 표현할 만큼 인간에 대한 반감이 강한데, 이를 뒷받침하는 상황 묘사가 아쉽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코 안쪽이 따끔거리고 바닷물이 들어올 때마다 몸이 저절로 뒤틀리는 모습’처럼 독자가 조금은 눈살을 찌푸릴 수 있는 표현이 동반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을테니까요! 끝으로 동물들이 인간을 증오하고 무서워하고, 인간은 사악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단 한 번의 도움으로 인간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는 점은 개연성 면에서 보완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환경 문제를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성공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책임과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며, ‘내일의 지구’가 어떤 모습일지는 결국 오늘을 사는 인간에게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순수하고 분명하게 전합니다. 무엇보다 어긋나는 부분 없이 매끄럽게 읽히는 글이었습니다. 무디와 탄이와 나무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궁금하고, 하나와 준이와 사리가 힘을 합쳐 환경 보호 협회를 만들거나 환경 보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의 과정을 담은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