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인공이라니 공모(비평)

대상작품: 너에게 말하는 편지 (작가: 세라즈, 작품정보)
리뷰어: SNACCC, 2시간 전, 조회 4

문장의 경제성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면 길이가 짧은 문장이 경제적이라는 말이다.


‘나’는 글을 쓰고, ‘너’는 말을 한다.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두 방법으로 인물들은 소통한다.

말은 글보다 빠르게 표현할 수 있다.

말은 남지 않지만, 글은 표현하는 행위 자체로 기록이 된다.

말은 꺼낸 순간부터 돌이킬 수 없지만 글은 수정할 수 있다.

주인공은 그 자체로 ‘글’이다. 그 애는 그 자체로 ‘말’이다. 작가는 ‘글’에는 대괄호를, ‘말’에는 어떤 부호도 붙이지 않았다. 글은 부호 속에 갇혀 있고, 말은 자유롭다. 글의 시선에서 말은 겉잡을 수 없이 빠르며, 필연적으로 떠나는 존재다. 하지만 ‘말’의 시선에서는 글이 떠난다. 글은 발화의 주체로부터 떨어져서 흘러가는 시간에도 남을 테니.

글은 기록이고, 기록은 과거의 한 지점에 뿌리를 내린다. 글은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말을 붙잡기 위해 했던 이야기를 반복한다. 글은 반추되기 때문이다.

10매밖에 되지 않는 분량이라 가볍게 읽었다. 하지만 내용이 가볍지는 않다. 리뷰 공모 마감이 가까운 작품이라 눈에 띄었고, 부지런히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위화감이 빠르게 찾아왔다.

아, 이건 덫이구나.

단어 하나에 고심하며 백스페이스를 연타하는 지금, 나는 편지의 훼손을 막으려 눈물을 참던 주인공이 되어 ‘글’을 쓴다. 기록하는 행위로써 나와 글은 역설적인 이별을 맞이한다.

짧고 강렬하고, 그러면서 생각할 거리는 넘친다. 최소한의 장치로 최대한의 정서를 뽑아낸, 경제적이면서도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목록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