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때부터 함께 지낸 가족은 좋든 싫든 상대에 관해 많은 걸 알게 됩니다. 그러다 각자 친구가 생기고, 다른 학교에 가고, 심지어 사는 곳까지 나뉘고 한참 뒤에 다시 만났을 때, 분명 내가 알던 그 사람인데도 느껴지는 생소함은 오랜만에 본 친구의 새로운 습관에 비할 데가 못 되죠.
그래도 사망 소식으로 오는 건 너무 달라지지 않았나요? 아무리 지병이 있어도 그렇지요. 장례까지 치르고 나서야 간신히 죽었다는 사실만을 받아들인 상태로, 누나가 남긴 흔적을 뒤쫓듯 동생인 화자는 누나의 짐을 정리하는 일에 자원합니다.
낯선 사람이 된 누나와 화자가 아는 누나 사이의 괴리감이 완충재가 된 걸까요? 시종일관 잔잔하게 이어지는 흐름은 파도가 높아지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쉴 새 없이 조잘거리는 사람을 만나고 배가 돌아가기 힘들 만큼 비바람이 심해져도, 마치 방음 잘 된 튼튼한 방에서 난리 난 밖을 구경하는 듯한 안정감을 줬습니다. 그 분위기에 균열을 낸 게 사진 속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환하게 웃는 누나의 모습이라는 게 재밌네요.
그 사진을 본 장소가 우연히도 수다쟁이 승객의 본가여서, 섬에 도착하는 바람에 끊겼던 승객의 말은 다시 이어집니다. 화자는 순발력 있게 승객의 친구가 자기 누나임을 숨긴 채로 어렴풋이 누나의 사정을 짐작할 수 있는 정황을 듣죠. 지금 깨달았는데, 화자는 누나와 별로 닮지 않았나 보군요.
묘사가 없어서 당연히 화자가 승객에게 누나의 죽음을 말하지 않았으리라 여겼는데 어쩌면 말했을 수도 있겠고, 한 사람에게는 누나가 살아 있는 채로 남겨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헤어질 때 모습을 보면 그다지 나쁜 인상은 아닌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는 자기 정체도 누나의 죽음도 말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목에 걸린 누나의 죽음을 소화하기만으로도 벅찼을 테니까요.
누나가 죽은 집에 돌아온 화자는 심하게 울면 죽을 수도 있는 병 때문에 잘 웃지도, 잘 울지도 않던 누나가 실연 때문에 펑펑 울었다는 이유로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느낍니다. 그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이 여태 답답할 만큼 몽롱했던 분위기를 깨부수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저는 화자와 반대로 누나가 평범하지 않게 느껴져서 이 점이 또 즐거웠습니다. 어쩌면 누나가 계속 행동을 제한하고 있었을 뿐이지 깔깔 웃고 펑펑 울고 싶었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무덤덤하게 살아온 평생을 끝장낼 만큼 깊은 애정을 품고 부서진 것처럼 보였거든요. 보통이라면 사랑 때문에 건강은 좀 해칠지언정 죽지는 않는다고 봐서요.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이 사람을 짝사랑한 탓에 누나가 죽은 거라고 단언할 수 없단 점도 여운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화자는 다 정리된 기분이라고 했지만요.
이렇게, 제 리뷰도 끝을 내겠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남매의 장례식에 함께하고 돌아온 기분이에요!